“눈 치료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안정이 필요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나요. 주변에서 말리는 데도 개봉이 9월5일로 못박혀 있어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죠. 빨리 촬영에 들어가자고 재촉했어요. 아직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많이 좋아진 상태입니다”
영화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감독 정흥순ㆍ제작 현진씨네마)의 신은경은 대전에서 액션장면을 촬영중 왼쪽눈을 다친지 20여일만에 지난 8일 촬영팀에 합류했다. 이날 촬영은 밤신인데, 그의 충혈된 눈을 조금이나마 가리기위해서다. 또한 정흥순감독에 의하면 왼쪽 얼굴이 예쁜데, 눈연기를 위해 어쩔수 없이 오른쪽 얼굴을 중심으로 카메라를 댄다고 귀뜸했다.
신은경은 1.5를 자랑하던 한쪽 눈의 시력이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렌즈 굴절률 -5.25 디옵터)으로 떨어져 거리 감각을 되찾지 못했다. 밀려나온 수정체가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의사의 설명이다.
그의 부상후 첫촬영지는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산시 중구 중앙동 부산경남지역본부세관 옥상. 영화의 도입부인 조직폭력배간의 격투가 펼쳐질 현장이다.
200명의 사내들이 검은 양복 차림으로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고 은진파의 보스 차은진 역을 맡은 신은경(30)도 전편 마지막 장면에서 선보인 모습 그대로 한손에 가위를 움켜쥔 채 검은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서 있는 밤신이다. 그러나 이날도 치고받는 장면을 찍기에는 위험해 대역을 주로 사용했다.
“`실명이 될 수도 있다`는 모진 소리에 `연기인생 끝인가`라는 불안으로 초조도 했지만 쾌유를 비는 스태프들의 메시지와 팬들의 격려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감사해요. 그리고 소중한 것을 배운 기회가 됐습니다”는 신은경은 “한쪽만 있으면 돼죠. 뭐!”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어 주변을 웃게 만들었다.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조폭 마누라2`는 상대파의 습격을 받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폭마누라`차은지(신은경)가 소도시에서 중국 음식점 배달원으로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던 중 지역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시장 상인들을 위해 싸운다는 내용으로 전편보다 휴먼드라마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조폭역인데 고정된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그는 “조폭 역할을 연거푸 맡아 이미지가 고정될까봐 걱정해주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한가지 이미지라도 제대로 관객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면 행복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고유의 캐릭터를 갖지 못하고 사장되는 배우도 얼마나 많은데요. 흥행에 대한걱정도 별로 안해요. 전편의 후광을 감안하면 못해도 절반은 들 테고, 전국 270만명이면 성공한 영화 아닌가요?”라며 여유있었다. `이것이 법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블루`의 잇따른 흥행실패로 부담이 적지 않을 법한데 신은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씩씩하기만 하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