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전반적 침체 속에서도 ‘뜨는’ 지역이 꾸준히 대물림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에는 경기 의정부시와 인천 연수구 등이 차례로 강세를 보이더니 하반기 들어 바통이 경기 안산ㆍ시흥시로 넘어갔다. 이들 지역이 불황을 이겨내는 비법(?)은 두말 할 것 없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개발호재다. 요즘 수도권에서 가장 뜨겁다는 시흥시도 메가톤급 호재들이 맞물리면서 식을 줄 모르는 열기를 과시하고 있다. 20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시흥시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10.5%가 올라 전국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6~8월에만 6.2%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상승랠리에 불을 붙인 것은 6월 개발계획이 가시화된 군자지구다. 시흥 정왕동 일대 서해안 매립지 410만㎡에 글로벌 테마파크를 비롯한 국제관광도시를 짓겠다는 시의 계획이 발표되면서 일약 시장의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환경파괴 논란으로 6년여를 질질 끌던 시화호 개발사업도 지난달 마침내 첫 삽을 떴다. 926만㎡의 간석지에 2조4,000억여원을 투입, 첨단산업과 국제업무ㆍ관광레저 등의 기능을 갖춘 ‘멀티테크노밸리(MTV)’를 오는 2016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21만5,000㎡ 규모의 국내 최대 철강유통 단지인 ‘스틸랜드’ 조성과 제3경인고속도로 착공 등 꽤 굵직한 호재들도 이들에 비하면 초라해보일 정도다. 이들 호재는 시화공단 북서쪽의 시흥 최대 주거단지인 정왕동 일대에 특히 집중되고 있다. 정왕동 아파트값을 이끄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인근 대림4차ㆍ서해ㆍ동원ㆍ화성 등의 100~130㎡대 아파트는 3~4개월간 1억원 가까이 올라 상한가 기준 매매가가 3.3㎡(1평)당 1,000만원 안팎이다. 다른 단지들도 대부분 3.3㎡당 700만~900만원대로 올라섰다.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하면서 8월에는 잠시 주춤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매수세가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주변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외지의 투자수요도 일부 가세하고 있으나 대부분 시화MTV, 스틸랜드, 송도 국제도시, 시화호 조력발전소, 영흥 화력발전소 등과 관련된 실수요자이거나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라고 한다. 정왕동 동원공인의 한 관계자는 “각 중개업소마다 매수자가 상당수 대기 중인데 인기단지의 경우 매수 희망가는 3.3㎡당 1,000만원대, 매도호가는 1,100만~1,200만원으로 크게 차이나다 보니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승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왕동에서 시작된 상승랠리는 시흥시 다른 주거지로도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다. 정왕동 동진공인의 한 관계자는 “급등한 집값에 부담을 느낀 매수 희망자들이 아직 덜 오른 시흥시청 주변과 월곶ㆍ당곡ㆍ장현동 등지로 찾아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