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싱, 유통업체 '왓슨' 테마섹에 매각

지분 24% … IPO 차질 불가피


아시아 최대 부자인 리카싱(사진)이 자신이 소유한 유통업체 왓슨 지분을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에 매각한다. 최근 추진 중인 왓슨의 기업공개(IPO)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며 일각에서는 IPO 철회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왓슨의 모회사인 허치슨왐포아는 21일(현지시간) "테마섹이 리카싱의 왓슨 지분 24.95%를 440억홍콩달러(약 5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왓슨은 주로 미용ㆍ건강 관련 제품을 유통하는 홍콩 1위 소매업체다. 허치슨왐포아는 최근 왓슨을 분사해 영국·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이번 지분매각으로 IPO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왓슨은 이달 말 홍콩 증시 상장을 희망하고 있지만 홍콩증권거래소는 기업들의 IPO 승인신청 희망시점으로부터 28일 전까지 주요 투자나 지배구조 변경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 회장은 지분매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2~3년 내로 왓슨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되기 바란다"면서 "올해 IPO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리 회장이 IPO 계획을 거둬들이고 테마섹 같은 전략적투자자 유치 쪽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허치슨왐포아가 IPO 성공 여부에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듯하며 최근 전략적투자자를 물색해왔다"고 전했다. 캐닝 포크 허치슨왐포아 관리이사도 "단일한 투자자가 IPO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왓슨 지분매각이 리 회장의 청쿵그룹 신규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추진했던 홍콩 슈퍼체인 파큰숍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한 가운데 이번 왓슨 매각이 허치슨그룹 가치를 재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마섹의 이번 지분인수를 감안한 왓슨의 기업가치가 28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한편 테마섹 입장에서는 이번 지분인수가 창립 이래 최대 해외투자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에는 스페인 석유ㆍ천연가스 기업 렙솔의 지분 6%를 25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최고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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