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기탁자 「확인」생략 요청/금융기관 “뒤탈 누가 책임지나”목적이 순수하고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불법도 무방한가.
금융실명제에 대한 정부부처의 인식부족인지, 무식의 소산인지 정부가 앞장서 「금융실명제 위반」을 권장하는 공문이 금융기관에 보내져 지난달 차명권유파동으로 금융실명제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자가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재정경제원의 도움을 받아 각 금융기관에 보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장관의 직인이 찍힌 정식 공문을 통해 각 금융기관장 앞으로 『성금기탁자의 송금수수료 면제와 함께 실명확인 절차도 생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30만원이하 소액 송금에 대해서만 실명확인 절차 생략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금융실명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명제에 대한 정부부처 공무원의 인식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재정경제원 조차도 보건복지부의 협조공문을 별다른 검증없이 산하 금융기관에 그대로 전달, 감독기관이 위반을 조장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협조공문을 접수한 금융기관들은 『아무리 목적이 좋고 관의 공문이 있다고 하지만 막상 실명제 위반이 문제가 될 경우 뒤탈이 없겠느냐』며 눈치만 보고 있다.<권홍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