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이 「공처가」라고 놀려대며 「딱 한잔만 하자」고 소매를 붙들지만 김씨는 한사코 거절한다. 집에 돈벌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술 한잔의 유혹 쯤은 쉽게 뿌리치게 된 그다.김씨의 직장은 무역회사. 관리업무를 맡고 있어 퇴근 시간은 거의 일정하다. 하지만 한 잔 하다 보면 퇴근후 스케줄은 언제나 예측불허. 자연히 귀가시간은 늦고 생활은 늘 엉망이었다.
악마(?)의 구렁텅이에서 김씨를 구한 천사는 고등학교 친구. 친구는 인터넷에 모든 학교 정보를 구축, 학맥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친구로부터 학교 정보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검색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벌써 6개월째 「몰래바이트」를 하고 있다. 댓가는 월 70만원. 그렇다고 부업 때문에 직장 일을 소홀히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그는 자부한다.
김씨처럼 직장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다. 부업으로 시작했다가 본업으로 키운 직징인도 많다. 직장인 부업은 대개 전공을 살리거나 맡고 있는 분야에서 찾는다. 재테크 전문 인 A씨는 PC통신에 각종 재테크 정보를 올리고 짭짭한 수입을 올린다. 현장을 뛰는 만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를 띄워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수입을 물으면 『봉급보다 많다』는 말로 대신한다.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신선호씨는 모교 교수(세무사)가 개설한 회계사·세무사 자격시험의 사이버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 이론부터 응용분야 등을 답해주는 일이다. 한달 받는 댓가는 30만원. 여기에 조회수에 대한 실적급이 더해진다. 신씨는 맘에 차지는 않지만 전공을 살릴 수 있고 별도로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되기에 이 일을 놓지 않고 있다.
김영숙씨는 책 대여점을 하면서 육아(임신)정보를 띄우는 IP업자. 아침 저녁으로 짬을 내서 정보를 띄우고 월 150만원 정도를 번다. 전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 육아 관련 책을 발행하는 출판사, 심지어 태몽 풀이를 해주는 「사주도사」와도 손잡았다. 살아 있는 알찬 정보가 많아 추천 사이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씨는 인터넷 사업자와도 손잡을 계획이다.
직접 몸을 움직이거나 근무 시간을 쪼개야 하는 기존 부업은 자칫 직장에 소홀한 나머지 본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PC통신을 이용한 사이버 부업은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큰 어려움없이 달려들 수 있다. 요즘 직장마다 겉으로 드러내고 밝히기를 꺼려서 그렇지, 부업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감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취업+부업」, 「직장인 부업」 등의 코너를 찾아가 보면 컴퓨터 교육, 전문 번역, 통역·가이드 등의 부업거리가 수두룩하다. 이중에는 근무 시간이 자유롭고 재택 근무도 가능한 부업거리도 의외로 많다. 아예 한 분야로 특화하여 IP로 등록하면 제법 큰 돈도 만질 수 있다. 중소 규모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전문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해당 분야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직장인을 반기는 만큼 이런 곳을 노크해보면 좋은 부업거리를 찾을 수 있다.
류찬희기자CHAN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