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前 이스라엘 총리 상태 악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82년 레바논 침공의 주역이었던 아리엘 샤론 (78) 전 이스라엘 총리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론은 지난 1월 4일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수 차례의 뇌수술 등을 받았으나 지금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텔아비브 인근의 장기요양시설인 텔 하쇼메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담당 의료진을 인용해 샤론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23일 보도했다. 텔 하쇼메르 병원 측은 최근 며칠 사이 샤론의 신장 기능이 악화하면서 복수(腹水)가 차고, 뇌 조직에도 변화가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처치를 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가족이 샤론을 곁에서 지키고 있다고 말해 최악의 경우 임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가족의 한 측근은 "샤론의 상태가 나쁘지만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의료진도 목숨이 위독한 상황이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론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보도는 그를 승계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정부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이 헤즈볼라에 납치된 지난 12일부터 레바논에 대한 전면 공격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되고 있다. 샤론은 국방장관 시절이던 1982년 레바논에 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 메나헴 베긴 당시 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베이루트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한 장본인이다. 베이루트에 있던 PLO 본부를 튀니지로 옮기도록 만든 이 공격은 이스라엘 군이 장악한 베이루트 난민캠프 2곳에서 친 이스라엘계 기독교민병대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대량학살하는 사태로 발전해 샤론은 아랍권에서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국방장관을 그만둔 샤론은 84년 다시 입각해 내각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정착촌 확장정책을 밀어붙였고, 총선을 앞둔 2000년 9월 이슬람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제2차 팔레스타인 인티파다(反이스라엘봉기)를 야기 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초 총리 취임 후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독자적 평화안을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9월 38년 간 점령했던 가자지역을 포기함으로써 극우 유대인들로부터는 `배신자'라는 취급을 받았다. 점령지 확장 정책을 주도해온 샤론은 인생의 황혼기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생존할수 있는 최소한의 땅을 내주는 것이 이스라엘 안보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가운데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일부 정착촌을 추가로 포기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강경 우파가 포진한 리쿠드당을 버리고 신당을 출범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샤론은 그러나 올해 초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졌고, 그가 추진한 팔레스타인 분리정책은 올메르트 총리가 계승했다. 그런 올메르트 총리는 취임한 지 2개월여 만에 샤론이 24년 전에 팔레스타인 지지세력을 와해시키기 위해 선택했던 레바논 공격을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샤론과 마찬가지로 아랍권에서는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중동정세 분석가들은 샤론이 이스라엘 군의 레바논 공격이 한창일 때 숨을 거둘 경우 그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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