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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폴슨(사진)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중국의 성장모델 전환으로 한국 경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스호텔에서 지난 27일 시작해 30일까지 열리는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투자 및 수출 중심의 성장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서비스 등 내수 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역시 (성장모델을 바꿔야 하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가운데 중국 내 노동비용 상승으로 한국 경제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확대를 위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영 부담이 늘면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회장을 거쳐 2006~2009년 미 재무부 장관을 지낸 폴슨은 2011년 폴슨연구소를 설립한 뒤 중국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5일에는 미 오대호 주변의 8개 주 정부, 캐나다 주 2개 정부와 중국 제조업 투자유치 계획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그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전환기의 중국, 아직도 기회의 땅인가'라는 세션의 연사를 맡았다.
그는 이 세션에서 중국 성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현세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슨 전 장관은 "중국은 부동산 등 인프라에 대한 과잉투자, 막대한 지방부채, 그림자금융 등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공기 및 수질 오염, 만연한 부패 등 경제외적인 과제들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중국 개혁의 핵심인 도시화 전략의 성공 여부에 글로벌 경제의 미래도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도농 및 빈부 격차, 내수부진, 농민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시골을 도시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폴슨 전 장관은 중국 개혁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경제규모가 1990년대 1조달러 정도에서 현재 9조달러로 늘어나면서 개혁작업이 복잡해지고 이해집단 간에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게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반면 그는 중국 지도자들이 반부패운동 등 개혁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에너지·금융·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민간개방, 보조금 등 국유기업 특권 폐지, 외국인투자 개방 등이 실질적인 개혁의 진전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