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규모 5,000억달러 시대가 열렸다. 다음달 초 5,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연말쯤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규모가 5,4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63년 무역액 5억달러를 기록한지 42년 만에 1,00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자원과 자본이 빈약했던 우리나라가 오늘날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도 수출 덕분이었다. 그 동안의 눈부신 성과에 비추어 10년 이내에 무역 1조달러의 통상대국이 될 것이며 GDP 1조5,000억달러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기대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그러나 무역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자만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지난 95년을 정점으로 악화되고 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기업의 채산성이 줄어들 뿐 아니라 국내총소득(GNI)도 별로 늘어나지 않아 소비를 위축시킬 소지가 높다. 경제지표는 조금씩이라도 좋아지는데 국민생활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의존도는 무려 70%를 넘어서고 있다. 20%선에 머물고 있는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너무 높다. 국민경제가 지나치게 수출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
수출에서 대기업 비중이 3분의 2에 이르고 수출시장이 편중돼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전체 수출액 가운데 5대 주력 수출품목 비중이 해마다 높아져 올해는 44.9%에 이르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높다. 결국 새로운 주력 수출품목을 발굴해내지 못하면 기술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중국 같은 후발개도국에 언제 추월 당할지 모른다.
수출 5,000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수출구조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고도화 나가야 한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국가 브랜드 이미지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