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업체가 수도권 재개발, 재건축 물량을 싹쓸이 하면서 중견업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7년은 7월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서 시공능력(2007년 기준) 상위 건설업체 10곳의 분양 물량이 전체의 최대 70%를 차지했다. 수백개의 주택 건설업체 중에 재개발ㆍ재건축은 대형 건설사 일부가 독식한 셈이다. 상위 10개 업체의 수도권 재개발 분양 물량은 지난 2003년 51.42%에서 지난해 71.39%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68.89%에 이를 정도로 전체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연말까지 공급될 물량도 대부분이 대형 업체 아파트이다. 재건축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년 공급된 재건축 아파트의 3분의2가량이 대형사 몫이었다. 최근에는 상위 5개사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이렇게 일부 업체가 수주를 독식하면서 삼성물산은 서울에만 길음ㆍ미아, 전농ㆍ답십리, 마포 일대에 대규모 래미안 타운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사업 주체인 조합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기대해서다. 과거 중소업체를 시공사로 정했다가 해당 업체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은 현장이 종종 있었기 때문. 따라서 조합은 아예 시공사 선정 때부터 상위 업체로 자격을 제한한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현장은 조합이 재무구조가 튼튼한 업체를 선호한다”며 “금융권의 PF를 일으키는 데도 대형업체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사업성이나 미래가치를 따졌을 때도 조합에서는 상위 건설사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일반분양이 잘 돼야 그만큼 조합원 부담이 줄어들고 수익률은 높아진다. 또한 브랜드 가치에 따라 집값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자이ㆍ래미안ㆍ힐스테이트와 같은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 결과 중견 건설사는 수도권에서 발을 붙이기가 갈수록 힘들어졌다. 지방으로 내몰리면서 미분양을 고스란히 떠안고 그 결과 일부 업체가 부도를 겪기도 했다. 전국의 미분양은 지방 물량 위주로 적체되면서 최근 6만2,369가구에 이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대형사를 선호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현장에선 상위 건설사들끼리의 나눠먹기식 담합이 발생하기도 하고 경쟁이 과열되는 곳에선 수주 과정에 비리가 일어나기도 했다. 대형 업체들의 시공 능력이 다소 높긴 하지만 공사 단가가 높아 분양가 상승의 주범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대형업체들끼리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주택산업 전체의 발전이 저해되거나 가격 담합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기도 한다”며 “다양한 건설사들이 경쟁하면서 실력에 의해 사업을 수주하는 시장으로 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