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로드가 열린다]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땐 낭패… 독창성·대중성 평가해야

■ 문화콘텐츠 강국 위한 금융권 과제는

롯데카드가 후원하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한류 로드가 열린다] 재무제표만 보고 투자땐 낭패… 독창성·대중성 평가해야
■ 문화콘텐츠 강국 위한 금융권 과제는

이유미기자 yium@sed.co.kr













롯데카드가 후원하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대영제국 시절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위용을 과시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재정적자와 만성적인 노사분규로 '병들고 늙었다'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는 문화산업을 육성해 젊고 활기찬 '창조 영국'으로 변화를 꾀했다. 문화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인식하고 규제완화와 조세유예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영국의 문화관광부 격인 DCMS는 연간 4억2,000만파운드(한화 약 8,000억원)를 예술지원 펀드로 투입한다. 특히 영국 메세나협의회인 A&B의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에 연간 600만파운드(한화 약 120억원)를 집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정책은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우는 수준이다. 1999년 정부 주도 아래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조성, 영세 콘텐츠 기업을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2006년에 폐지됐다. 이후 중소기업청이 영국 A&B의 매칭펀드를 벤치마킹해 모태펀드를 운용해오고 있다.

민간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그나마 정부 기관과 연계해 자본력을 지닌 일부 금융사들이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에 서서히 나서고 있는 정도이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수출입은행ㆍ기술보증기금ㆍ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은 야심 차게 문화산업완성보증제를 도입했지만 시중은행이 참여한 것은 7년이 지난 지난해였다.

완성보증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문화콘텐츠산업 전체를 활성화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주요 투자자로 나서야 할 금융사가 아직까지 문화콘텐츠 투자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다.

거부감의 가장 큰 요인은 문화콘텐츠의 사업성을 계량화해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정부 운용 모태펀드 역시 전문가의 '감(感)'에 의존해 투자를 결정할 정도다. 시중은행 중 문화콘텐츠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2년간의 연구로 융자 평가모형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문화콘텐츠진흥원도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의 문화콘텐츠 평가모형을 몇 차례 들여와 보려고 시도했지만 한국 특성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

또 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산업을 재무제표로만 평가해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2008년 '신한문화콘텐츠대출'을 내놓았다가 2010년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까다로운 보증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보증지원 횟수가 연간 10회에도 미치지 못해서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완성보증 형태의 지원마저도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대출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팀의 백승혁 박사는 "문화콘텐츠산업은 여신 결정 때 재무제표나 담보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아이템의 독창성이나 대중성 등을 주요 지표로 평가해야 한다"며 "콘텐츠 제작사들의 노무투자에 대한 부분을 인정해줘 제작사들도 경쟁력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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