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작 추문에 휘말려 전세계 금융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킨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 관리권이 결국 영국은행연합회(BBA)에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운영하는 NYSE유로넥스트로 넘어갔다.
영국 재무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NYSE유로넥스트가 새 리보 관리자가 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지금부터 업무 이양 작업이 시작돼 2014년 초 관리권이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보는 현재 20개 글로벌 은행들이 매일 제출하는 적정 금리를 취합 산정돼 전세계 500조달러 규모의 금융거래에 기준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2개 은행들이 자신들의 투자 포지션에 맞게 금리를 왜곡해 제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루된 은행들이 막대한 벌금을 물고 재무부가 개혁을 위한 독립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파장을 미쳤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분간 현행처럼 글로벌 은행들이 제출하는 금리로 리보가 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NYSE유로넥스트가 규제당국 및 시장 참여자들과 두루 접촉해 리보가 실제 거래 금리와 더 근접하도록 리보를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덧붙였다. 재무부는 "이 같은 개혁은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리보의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리보의 새 감독기관 입찰에는 NYSE유로넥스트 외에도 런던증권거래소(LSE),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마킷, 블룸버그 등 다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NYSE유로넥스트가 이미 많은 시장 벤치마크 지수를 관리하고 있으며 리보와 유리보(유로존 은행 간 금리) 등과 관련한 파생상품들을 거래해온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리보의 관리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영국 금융계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망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리보를 금융 시장에서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이 관리한다는 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규제 당국은 리보 조작과 관련, 현재까지 영국 은행들에게만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뿐 미국 은행에는 이렇다 할 규제를 가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결과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NYSE유로넥스트의 소유권 변화와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파생상품 그룹인 ICE는 100억달러를 들여 NYSE유로넥스트 인수를 제안했으며 규제당국의 최종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