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분당(分黨)의 길로 접어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노 대통령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민주당의 신당 추진세력은 결국 노 대통령을 중심에 두고 모인 정치집단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적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4일 벌어진 민주당 사태에 대한 청와대측의 첫 반응은 “코멘트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신당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누차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는 당분간 당정분리의 원칙에 따라 신당 불개입의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언제까지 신당 문제를 모른체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친노(親盧)인사들이 모인 신당 추진세력이 민주당을 탈당할 경우엔 당장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정치적 기반은 신당이면서 당적은 민주당에 얹혀 있는 상황은 여러 모로 어색할 뿐 아니라 책임정치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신당 세력이 대세를 장악, 민주당을 장악할 정도의 상황이 되면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계승할 신당의 당적을 유지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으로서는 신당 세력이 기존의 민주당과 차별되는 별도의 신당을 꾸릴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신당 추진 상황과는 관계없이 이미 민주당 탈당 문제를 검토했었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 초당적 입장에서 국회의 협조를 얻겠다는 발상에서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개별적 정치인의 입장에서 당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당적 문제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제 신당 문제가 당적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개인적 입장을 강조할 수만은 없게 됐다.
현재로서는 노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민주당을 탈당, 결과적으로 신당에 힘을 실어주되 곧바로 신당의 당적을 얻지 않고 상당기간 `무소속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에서 “신당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서 “10월에 가면 뭔가 할 얘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