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베이징 지점의 인사 파동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의 은행이 독일ㆍ인도네시아ㆍ중국ㆍ카자흐스탄 등 해외 각국의 감독당국으로부터 줄줄이 잘못된 영업 행위로 지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각국이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점개설이나 인사는 물론 경영전략까지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4면
1일 금융감독원과 현지에 진출한 금융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A은행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 현지법인 및 상해지점과 15개 지ㆍ분행에 근무하는 임원 16명 가운데 8명을 바꿨다가 현지 당국의 주의를 받았다. 당시 교체된 인사는 모두 임기 3년을 채웠기 때문에 은행 측은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전체 인력의 절반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은행 운영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 은행이 새 지점을 개설할 당시 당국은 과거 대규모 인사 교체를 이유로 반대해 인가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도네시아 지점장을 교체하려는 또 다른 은행은 경미한 징계를 빌미로 현지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금융감독원에 지점장에 대한 제재 사실을 조회했는데 사내에서 징계를 받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독원은 관행에 따라 저지른 사소한 실수여서 감독원이 직접 제재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징계라는 서신을 보냈지만 현지 당국은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독일에 진출한 은행은 국내에서 차장으로 재직하던 인물을 발탁해 현지 법인장으로 보냈다가 낭패를 봤다. 독일의 은행법상 법인장은 2년 이상 경영자 경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당 은행은 독일 당국을 3개월 설득하는 동안 은행 영업을 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에 세운 현지법인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B은행은 전산서버를 국내에 개설해 문제가 됐다. 현지 당국은 고객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자국 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버를 옮길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최근 서버를 검사하고 이번 달 현지를 찾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다. 다만 현지 당국이 강력하게 요구하면 서버를 옮길 수 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선진국과 후진국 할 것 없이 당국의 규제가 강하고 최근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국내 은행이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진출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