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을 앞두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두 건의 악습이 재연됐다. 이것들에 어떤 저의가 숨어 있었다면 그것은 저질 음모다. 우선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이 제기한 국가정보원 여직원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또한 나라에서 선거보조금을 27억원이나 받아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슬며시 사퇴했다. 각 후보와 정당이 떨쳐내자고 외쳤던 선거 구태의 답습이자 선거선진화에 재를 뿌리는 일들이다.
지난주 내내 선거판을 왜곡시켰던 국정원 의혹은 경찰이 혐의 여직원 PC 두 대를 분석한 결과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 댓글이 전혀 나오지 않아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은 어찌 그리 수사 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느냐며 뒤집기를 시도하지만 이 문제는 속성상 반드시 대선 전에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이제 의혹을 제기한 문 후보가 답할 차례다. 대선 3차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의 인권유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자 문 후보는 "수사 중인 사인인데 왜 중간에 개입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런 수사 결과가 나온 만큼 국정원 여직원 감금 등 인권유린과 무책임한 네거티브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문 후보가 경찰수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던 사실마저 뭉갠다면 유권자의 심판이 매서울 것이다.
이정희 후보가 지난 16일 사퇴하고 보조금도 반환하지 않겠다고 한 것 또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후보가 문 후보 지지를 직접 언명하지는 않았지만 돌아가는 공식은 뻔하다. 국민혈세를 수십억원 지원한 결과가 처음부터 끝까지 TV토론을 비롯한 선거판 교란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반환 거부도 법의 맹점을 악용한 치졸한 행태다. 금권선거를 방지하고 돈이 없어도 유능한 인재가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것이 선거보조금이다. 정당의 수익을 늘려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정당이 자의적으로 후보를 사퇴시키면서 국민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선거장사라고 비난 받을 일이다.
대선 막판에 활개친 흑색선전의 폐해와 드러난 법규의 불합리가 대선 이후 잊혀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모든 피해는 선량한 국민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