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회자! 나도 박사인데 왜 저 박사만 박사라 부르고 나는 박사라 부르지 않는 겁니까?" 라디오 생방송을 하던 중 한 초대 연사가 사회자에게 항의했다. 사회자는 당시 초대된 연사 둘 중 한 사람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시간강사였고, 다른 사람은 대학교수였기에 강사에게는 '박사님', 교수에게는 '교수님'이라고 호칭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세대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않아도 교수가 된 사람이 많았으므로 '박사'가 '교수'보다 더 높은 호칭으로 인식됐기에 자신을 '박사'가 아닌 '교수'라고 부른 사회자에게 화가 났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소통'은 과연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까? KBS '열린토론', '생방송 심야토론',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 등 시사ㆍ토론 프로그램을 십여년간 진행하며 '토론 진행의 교과서'라 불려온 저자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의 소통부재의 원인과 현상을 분석했다. 저자가 방송을 하며 생생하게 체험한 '불통의 순간들'과 소통에 대한 고민이 책에 담겼다. 저자는 '교수님'과 '박사님'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급속한 성장은 인식의 차이를 더 크게 해서 한국 사회는 서로 '소통'하기보다 상대방을 '소탕'하려는 분위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당파적 신념이 과도해 '편'의 논리, 즉 진영의 논리로 끼리끼리 뭉쳐있기 때문에 소통이 더욱 힘들다고 주장한다. 책은 이 같은 소통부재의 해결방안으로 '회색지대'를 제시한다. 우리 사회는 회색에 대한 왜곡과 폄하가 너무 심하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회색이 무책임한 양비론이나 소심한 도피가 아니라 하나의 당당한 색깔이라고 말한다. 또 사안에 따라 흰색과 검은색의 장점을 가려내고 섞어서 적절한 방향을 만들어 내려 노력하는 사람이 '회색인'이며 소통이 잘되는 시대는 이런 '회색인'들이 많아지는 시대라고 주장한다. 1만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