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새 전산시스템 발주 의혹
지주社 통합시스템 고려않고 사전 협의없이 계약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 편입을 앞둔 한빛은행이 지난달 19일 854억원 규모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엑센츄어(옛 앤더슨컨설팅)사에 서둘러 발주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일고 있다.
지주사 설립후의 사업구조에 따라 시스템설계가 변경될 소지가 있는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당국이나 예금보험공사, 지주사 설립사무국 등과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파일롯(Pilotㆍ시험가동)업무등에 소요된 비용을 합하면 900억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굳이 지주사출범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미리 사업자와 사업계획을 확정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과 함께 공적자금이 헛되이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빛은행측은 지난해부터 충분히 검토해 스케줄에 맞춰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며, 지주회사에 편입되더라도 사업구조와 상관없이 호환ㆍ변경이 가능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지주사 설립사무국측은 이번 프로젝트의 정당성 여부를 정부측과 상의해야 할 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금융계 및 전산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빛은행이 파일롯 업무 및 소프트웨어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로, 이미 당시 46억7,000만원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까지 개발을 마친 한빛은행은 지난 1월19일자로 엑센츄어사와 신시스템 구현과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에 소요되는 총 비용은 854억원.
한빛은행의 전격적인 계약체결은 관련 전산업계등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문점은 ▦사업비 규모가 900억원을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미리 확정해 시작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 ▦지주사 설립후 사업구조가 바뀔 경우 시스템 설계에 변경이 불가피하며, 지주사 통합시스템을 고려해야한다는 점 ▦공자금이 대거투입되고 지주사설립사무국이 이미 출범한 상태에서 정부 및 지주사설립 주체인 사무국, 예금보험공사 등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느냐는 점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대해 한빛은행측은 ▦지주사 설립이 검토되기 전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이며 ▦지주사가 설립되더라도 효율적인 시스템 운영에 장애가 없고 ▦정상적인 은행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의사결정이 됐다는 점 등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차세대 시스템 도입은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투자비용 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주장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3월 엑센추어(앤더슨 컨설팅)를 사업자로 내정, 협상을 해왔으며 당초 작년 12월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오히려 계약을 늦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주사 설립사무국이 18일 출범하고 계약이 그 다음날인 19일 체결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화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