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낮추면 길은 많아요""눈높이 낮추면 길은 많아요"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길은 의외로 많습니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엔 아직도 일손을 필요로 하는 건실한 기업이 많아요."
지난 96년 청주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라현주(29)씨는 안정적인 직장인 상호신용금고에서 근무하다 적성에 맞은 일을 찾아 전직에 성공했다.
'편하게 직장생활 하다가 시집이나 가라'는 주위의 권유도 있었지만 라씨는 더 큰 세상에서 적성에 맞는 일에 도전하기 위해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뒤 영국 어학연수의 길을 나섰다.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땅 영국에서의 생활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후회없는 1년을 보냈다.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라씨는 영국에서 귀국한 지 얼마안돼 한 헤드헌터업체로부터 반도체 회사에 면접을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1년간 배운 영어를 바탕으로 해외영업부에 지원하려고 했던 그의 꿈은 현실의 벽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함께 면접을 본 지원자들의 경력이 너무 화려했던 것이다.
4년간 캐나다 유학을 다녀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국 카지노에서 일한 사람에 영어학원 강사까지 있었다. 면접은 모두 영어로 이뤄졌고 예정에 없었던 영작 테스트도 이어졌다.
결국 라씨는 단지 영어면접의 경험을 쌓은 것으로 만족하자고 위로해야 했다. 그 이후 라씨는 눈높이를 좀 낮춘 결과 지금의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아이피지는 반도체 관련 기술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라 주주의 파일 관리에서부터 회사 홈페이지 구성도 작성, 업데이트, 회사 로고제작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이 때문에 정시에 출퇴근하는 상호신용금고와 달리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라씨는 지금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도 맞아 매우 만족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머지않아 반도체업계의 유망 기업으로 우뚝 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꼭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자신의 기회를 그만큼 스스로 버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라씨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한다면 연봉의 많고 적음이나 회사의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후배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면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제공:잡링크(www.jobli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