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日 신사참배 중국에게도 모욕"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오는 10일 독일 방문에앞서 가진 독일의 유력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최대 외교안보 현안인 한일관계, 북핵, 통일문제 등에 대해 한층 구체화된 입장을밝혔다. 좀처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이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기존 입장을재확인한데서 그치지 않고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해법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우선 한일관계가 현재의 갈등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역사적 사실을 조목조목 적시함으로써 `말' 뿐만 아니라 `행동'에 있어일본의 성의있는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강조하면서 해결과정에 있어서의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하고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또한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통일보다 평화가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이라고 말해 참여정부 통일정책의 일단을 소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독일 방문시 `제2의 베를린 선언'을 천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무성한 가운데 나온 이같은 입장이 실제 독일 방문시 어떻게 구체화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일관계 = 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선 점차 고조되고 있는 한일간 갈등이일본측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침략과 가해의 과거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세계에큰 불행"이라고 일침을 가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간 노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해온 대일 발언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라는데별 이론이 없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한국은물론 중국에게도 `대단한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시사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과 공조,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분쟁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을 시사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FAZ도 노 대통령이 독일 통일과 과거사 처리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시함으로써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 행위를 정당화하면서 영토분쟁을 벌이려는 일본과의 갈등을국제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독일-프랑스간 화해와 유럽 통합 과정에 찬사를 보내면서 동북아지역에서 이러한 구조가 결핍된 사실을 지적한 것도 한일간 갈등을 해소를 위한일본의 `결자해지'(結者解之)를 강력히 요구하는 의미도 없지 않다. 동시에 최근들어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일본 지도층의 `도발적 언동'에 대한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독도 문제에 대해 "침략전쟁의 결과물을 다시 내놓으라고요구하는 것은 한국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 영토주권 수호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의 입장을 감안한 듯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의 비이성적 행태 및 역사 왜곡 문제를 집중 거론함으로써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의 `부적격성'에 대해 국제사회의 환기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문제 =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해법은 `6자회담'이 유일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한미간 긴밀한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날 회견에서 "우선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유용성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는 동시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 뒤 모든 가능성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또한 현재 `6자회담 6월 시한설', `6월 위기설' 등이 불거지면서 어렵사리 마련된 논의의 틀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한 견제이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간 공조가 공고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은 그사이에 몇가지 감정적인 표현들을 보이기도 했지만 북한에 대해 어떤 공격적 행위를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며"며 미국의 유연성에 대해 평가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는 미국측에 무슨 새로운 양보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의 `공'은 미국이 아닌 북한측에 넘어가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회담을 제의해 올 경우 언제 어디든지 그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해 개최 가능성을 전적으로 닫아놓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서는 "우리는 북한의 발언을 대단히 전략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언급을 자제,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통일문제 = 노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통일정책에서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으로 유럽연합(EU)에서의 국가간의 관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아직은 그런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본다"며 `남북연합'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으나 `단계적 통일정책'의 일단을 내비쳤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때 참여정부의 체계화된 통일정책, 이른바`제2의 베를린 선언'이 나오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으나 청와대측은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통일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계획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점은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것이다. `선(先) 평화정착 후(後) 통일논의'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셈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독일통일 방식과 비교하면서 우리의 통일문제에 대해 언급한것은 특기할 만한 점이다. 노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남북간에 생활수준의 격차가 크고 이런 불균형에서생겨나는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선 상당한 역량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독일과 같은 방식의 통일은 그대로 반복될 수 없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른바 `흡수 통일' 방식이 한반도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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