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체로 걱정과 우려 섞인 분위기 일색이다. 지난 1월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할 때 환영하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태연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결정한 만큼 그 뜻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지 않겠냐"면서 "세종시 사업 같은 국가대사가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따지기보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달라져야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후속 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연함 속에서도 얼굴에 묻어나는 근심은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1월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5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일을 손에 잡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제 막 공직 생활을 하는 신참들을 빼고 대다수 공무원들은 과천에 삶의 터전을 닦아온 상황에서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자녀 교육문제로 사실상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한숨들을 내쉬었다.
또 다른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가족들과 같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자녀 교육문제로 어쩔 수 없이 혼자 내려가서 생활해야 한다"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 빼고는 대다수가 주말부부가 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원안 추진으로 행정 이원화에 따른 국정운영의 비효율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수정안처럼 기업이 내려가는 경제중심도시가 돼야 시너지 효과가 있지 공무원들만 잔뜩 내려간다고 지역발전과 균형발전이 되겠냐"면서 "업무 특성상 국회와 청와대를 일주일에 몇 번씩은 오가는데 세종시로 내려가면 업무공백과 행정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해 모든 중앙부처가 함께 내려가야 문제가 없다"면서 "일부 부처만 내려가면 행정 이원화에 따른 국정운용의 비효율성만 초래하기 때문에 국회가 다시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무원들은 세종시 사업 같은 국가대사가 정치권 논리로 시시각각 뒤바뀌는 행태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정부∙여당이 수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다가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완승하면서 하루 아침에 원안 추진으로 바뀌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큰 안목에서 국익을 위한 정책결정이 아닌 지역주민 표를 의식한 인기영합주의적 정책만 남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완승했다고 정부가 모든 상황을 고려해 발표한 정책이 하루 아침에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