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속에 갇힌 한국 기업

재택근로 도입율 미국 50분의 1… 유연근무제 실종
탄력적 근로시간제 6% 파트타임은 20% 그쳐


국내에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한 기업비율이 선진국보다 최대 5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선진국 사례로 본 유연근무제 확산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연 근무제의 한 형태인 재택근무제는 미국 기업의 51.0%가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도입율이 1.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제는 근로자가 필요에 따라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고 근무하는 형태다.

유연근무제를 또다른 형태별로 살펴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국내 도입률은 6.1%로 51.3%, 40.0%를 기록한 일본, 독일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일감이 많을 때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감이 적을 때는 줄이는 제도를 말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국내 기업 활용률은 3.3%에 그쳤다. 이는 이는 미국(54.0%)의 10분 1에도 못 미치고 독일(33.0%), 영국(9.4%) 등 주요 선진국 모두에 뒤쳐지는 수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근무 형태로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또 영국 기업의 88.0%가 활용하고 있는 시간제 근무제(part time)도 국내기업의 2.0%만이 도입하고 있었다.

대한상의는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낮은 원인을 “그동안 우리나라의 고용구조가 남성ㆍ풀타임(full-time)ㆍ정규직 근로자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라며 “여성과 청년 고용률을 낮추는 이와 같은 고용구조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국내 노동시장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보고서에서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다양한 근로시간 형태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연근무제 확산을 위한 조건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3개월→ 1년) ▦대면(對面) 근로문화 개선 ▦유연근무제에 적합한 직무 개발 등을 제시했다.

유연근무제의 한 형태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주장했다. 초과근로를 했을 때 수당을 받는 대신 초과근로시간을 적립해뒀다가 경기불황기에 유급휴가로 활용하는 계좌 제도다. 이 형태는 2008년 기준 독일기업의 41.9%가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계류 중인 상태이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노사가 기존 관행과 기득권을 버리고 각 기업에 적합한 유연근무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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