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수갑 찬 피의자 도주…경찰대 갓 졸업 간부가 순경 폭행
경찰 총수가 교체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도주하고 경찰대 출신 초급 간부가 순경을 폭행하는 등 경찰의 근무기강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일련의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치안정감급 내정인사 단행으로 인한 지휘부 공백기에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에서 인사 시기를 틈타 '나사가 풀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서 정문으로 버젓이 도주 = 3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께 서울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이모(18)군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수갑을 찬 채로 도주했다.
지적장애 3급인 이 군은 최근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담당 경찰관이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 군은 수갑을 차고 경찰서 4층 사무실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은 물론 의경이 지키는 로비와 경찰서 정문에서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게다가 같은 사무실에는 다른 경찰관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다른 청소년 3명을 조사하던 중이라 이 군이 도주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피의자가 장애가 있고 상대적으로 경범이어서 감시를 소홀히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군이 도주한 직후 소속 경찰관 40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만 하루가 지난 현재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대 졸업생이 만취해 순경 폭행 = 전날 오전 6시30분에는 서울 서대문구 노상에서 김모(22) 경위가 술에 취해 언쟁을 벌이던 경찰대 후배를 폭행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경의 멱살을 흔들어 서대문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 경위는 순경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으려 하자 수첩을 빼앗으며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했다. 지난달 경찰대를 갓 졸업한 김 경위는 경찰청 소속이지만 경찰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 아직 보직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수뇌부 교체기에 기강 해이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 그래도 국정원 여직원 선거개입 의혹과 유력인사 성 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비판을 받는 와중에 경찰 조직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는 사건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피의자 관리소홀 '제자리' =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관의 주요의무 위반 사례는 전년대비 20%가량 줄었지만, 피의자 관리소홀이나 음주운전 등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갑을 헐겁게 채웠다가 피의자가 도주하는 등 피의자 관리 소홀에 따른 경찰관 의무 위반 건수는 지난해 20건으로 2011년의 21건보다는 1건 줄었지만 2007년 이후 5년간 평균치(20건)와는 같았다. 매년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경찰관 음주운전은 2008년 108건에서 2009년 99건, 2010년 75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1년 87건, 작년 92건으로 또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아이디 dri***)은 "잊을만하면 들리는 게 바로 경찰 음주운전, 뇌물수수 뉴스"라며 "새 경찰청장이 취임하자마자 잇따라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근무기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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