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지구개발은 차분히 꼼꼼하게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21일자)에서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미개발지구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를 2005년부터 신도시로 개발할 뜻을 처음으로 밝힌 후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넓이가 여의도의 1.3배에 달하는 119만평이나 되는데다 97년에 마련한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다음 세대를 위해 미개발지구로 남겨 두기로 했던 방침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마곡지구개발은 서울의 균형적인 발전이란 관점에서도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김포 및 인천공항과 가까운 이 곳은 지하철 5호선과 공사중인 9호선이 지난다. 신공항 고속도로와 철도는 물론 경인운하까지 연결된다. 이 같은 교통의 요지를 미개발지구로 남겨두는데 대한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부동산 값이 치솟자 관할 강서구청과 주민들의 개발욕구가 달아올랐다. 이 시장이 "시내녹지는 최대한 보존하고 마곡지구는 다음세대가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스스로의 말을 어기고 개발의 뜻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곳과 인접한 발산지구에 임대아파트 4000가구를 짓기로 한 데다 지금까지 신도시로 개발된 어는 곳 보다 교통기반시설이 잘돼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개발요구를 더 이상 억누르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균형개발과 발전을 위해 강북에 미니 신도시개발계획까지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곡지구 조기개발의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시의 기본계획이 시장에 따라 이처럼 바뀌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갑작스러운 조기개발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투기 열풍이 되 살아나고 개발열풍에 떠밀려 우선 짓고 보자는 식의 난 개발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지금까지 신도시 개발의 실패를 거울삼아 서둘러서는 안 된다. 우선 시간을 갖고 종합개발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이곳은 건물과 산이 없는데다 논이 대부분인 평지다. 도시계획을 세우기가 그만큼 용이하다. 교통기반시설도 잘돼 있어 신도시개발의 한 전형을 제시할 수 있는 입지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교육 문화 주거환경에 이르기까지 외국인도 살고 싶어하는 신도시를 만든다는 각오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마곡지구개발은 김포 및 인천공항은 물론 북한과 가까운 서울의 서북쪽에 위치한 지역특성이 무엇 보다 고려되어야 한다. 시와 강서구청은 미디어 패션, 디지털벨리 등 첨단산업도시로 건설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서울의 서부거점지역으로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 보다도 통일과 국제화시대에 서울의 현관으로서의 역할에 개발의 중심이 놓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곳만큼 이 같은 성격에 맞는 지역도 없다는 점에 유의해 신중하고 꼼꼼하게 개발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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