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7월 1일] 세종시, 이젠 앞만 보고 갈 때

국회 본회의의 표결절차를 통해 공식 사망한 세종시 수정법안의 목숨은 정말 질기고도 질기다. 이미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원회의 표결을 통해 부결되면서 법안으로서의 수명을 다했지만 국회법의 '예외조항'을 통해 본회의까지 올라가 또다시 표결과정을 거쳐 두번째 '사망선고'됐기 때문이다. 본회의 부결에도 논란의 여지는 여전하지만 큰 틀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법적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은 것은 이리저리 찢긴 상처뿐이었다. 세종시 논란은 행정안전부가 계획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안을 만든 국회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종시 계획은 노무현 정부에서 1,000여회 이상의 공청회를 거쳐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다. 이를 이명박 정부가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정권을 빼앗긴 야당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현 정권을 견제하지 않고는 당의 존립조차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야당의 반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도 수정안을 밀어붙인 정부는 무모했다. 국민과의 약속이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미명하에 쉽게 뒤집힐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로도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일 때 세종시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회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말한 바 있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게 다반사라지만 공개석상에서 말을 바꾸면서 어떤 정치인이라도 그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공약을 믿고 표를 준 유권자는 속았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결판이 난 만큼 뒤끝 없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벌써부터 플러스 알파 여부를 놓고 또 다른 논쟁이 일고 있다. 정부가 수정안에 명시됐던 지원 방안을 백지화한다지만 세종시 원안에 이미 자족기능 강화 방안이 들어있다는 게 전반적 지적이다. 이를 무기로 실행 자체를 좌초시킬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는 전사회적으로 손해다. 일각에서는 표결 결과가 오는 2012년 총선에서 '살생부'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 이를 빌미로 국회의원의 공천 등에 불이익을 주려 한다면 끝난 일에 미련을 갖는다는 조소의 대상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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