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역정 "靑·정부 일하는 모습들이 답답하다"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에
각종 회의서 질책 잇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추진과 관련, "일하는 모습들이 답답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각종 회의보고 자리에서 일반의약품(OTC) 약국 외 판매, 등록금 인하 방안, 통신비 인하 문제 등의 정책들이 성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정책을 시작했으면 잘 챙겨서 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며 "청와대와 정부 모두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일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언급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들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요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국정현안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라는 질책과 독려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또 "정무적 판단을 갖고 일의 결과가 가져올 효과를 미리 잘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며 "(부처) 사무관들이 만든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날(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OTC의 약국 외 판매와 관련한 보고를 받은 뒤 "국민 편의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잘 설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OTC의 약국 외 판매 방안 자체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고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OTC의 약국 외 판매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평소 지론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잇따라 집회가 열리고 있는 대학 등록금 인하 방안의 경우 이 대통령은 "기왕 얘기를 꺼냈으면 일이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관계자들이 현장에 가서 민심도 들어보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지적에 청와대의 한 참모는 "대통령은 정책 자체에 대한 찬반이나 방향성을 말한 게 아니라 일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OTC의 약국 외 판매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지만 여당 의견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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