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가 사라지고 있다

공금 유용 등 비리 드러나
1,800여명 기부 중단 밝혀
유명인 열매배지 착용도 꺼려


이웃 돕기와 나눔의 대표적 상징물인 ‘사랑의 열매’가 사라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금 유용을 비롯한 각종 비리가 드러난 뒤 예년과 달리 기부의 손길이 줄었다. 2일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의 종합감사로 이 기관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후 1,800여명이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체 27만6,000여명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지만 공동모금회는 파장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나운서ㆍ정치인 등 유명인들도 이웃사랑 실천의 상징인 사랑의 열매 배지 다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비리의 열매’라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일 KBSㆍSBSㆍYTN 뉴스를 진행한 앵커와 아나운서는 저마다 가슴에 사랑의 열매 배지를 달았지만 올해 같은 날에는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지난 1일 특별생방송 ‘희망2011 나눔이 사랑입니다’를 진행한 KBS 진행자들에게서도 사랑의 열매를 볼 수 없었다. 예년에는 정치인들도 사랑의 열매 전도사로 활약했지만 올해는 이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공동모금회가 제작해 설치하던 사랑의 온도탑도 제작비 부풀리기 등이 드러나면서 올해는 중앙회 사옥 벽면과 울산에만 만들어져 대국민 홍보효과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내년 1월31일까지 집중모금기간에 목표(2,242억원)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공동모금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효진 공동모금회 홍보실장은 “대부분 여전히 기부하고 있지만 일부 이탈자가 생기고 있다”며 “이전과 달리 올해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행사도 취소돼 공동모금회는 연탄 나누기, 김장김치 담그기 등 나눔 행사에서 기부를 독려하고 지하철이나 관공서에 모금함을 설치하며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다. 또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를 홍보대사로 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 실장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공동모금회가 새롭게 태어나려고 한다”며 “아직도 우리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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