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공포가 확산되면서 SARS의 영향이 남가주 한인사회에도 광범위하게 번져가고 있다. 실제 감염 보다는 공포심이 앞서 더 급속히 퍼지는 바람에 `SARS 공포 신드롬`이 한인들에게도 실제 현상으로 다가서고 있다.
베벌리힐스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모양은 최근 백인 친구들이 자신과의 만남을 피하는 것을 느꼈다. 박양은 한 친구의 귀띔을 받고서야 SARS 때문임을 알았다며 백인 친구들은 한인과 중국인등 아시안들을 굳이 구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샌버나디노의 한 명문 사립학교는 2주전 봄방학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한인학생들에게 기숙사에 짐을 풀기 전 학교 보건소 간호사를 만나도록 조처했다. SARS 때문이었다. 방학기간 내내 LA 머물렀다는 학생들의 해명에도 불구, 기숙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여행 온 사람과 만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 제조공장이 있는 한인업체 등에 미치는 SARS의 영향은 직접적이며 업종에 따라서는 치명적이기도 하다.
냉동생선과 건어물, 도라지 등의 중국산 농수산물을 월 30만 달러 이상 수입 판매해온 맘모스 퍼시픽사(대표 낸시 오)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SARS의 발병지역인 광동성 광주에 거래처가 있는 한인 의류업체 `스텔라`사의 실비아 리 사장은 “2주전 중국 방문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거래처 관계자를 만났다”며 “다운타운은 타 지역 바이어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빈 자리가 늘어난 상가 주차장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한인 봉제업소 주인도 이번 주 계획했던 중국행을 포기했다. 이 한인은 “목숨까지 걸면서까지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미주본부의 문용주차장은 “LA서 서울을 경유해 중국과 동남아로 가는 승객이 50%이상 줄었고, LA로 들어오는 이 지역 승객도 40%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 항공사와 여행사등은 이라크 전쟁이 문제가 아니라며 SARS 영향을 호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SARS 직격탄을 맞은 남가주 차이나타운에는 더욱 극심해 현재 차이나타운에서 장사가 되는 집은 마스크 가게와 면역성을 키워주는 생약 판매업소 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차이나타운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는 한인 이모씨(35)는 “아내에게 핀잔만 들었다. 항상 줄을 서 기다려야 했던 그 식당이 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는데 SARS 때문이었다, 당분간 차이나타운은 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타인종 이웃들이 아시안은 한인이나 중국인이냐 등을 가리지 않고 접촉을 꺼리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그 영향이 앞으로 한인이나 한인운영 비즈니스에도 더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적지 않은 한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상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