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후 지적재산등 무형재산 집중 투자'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소멸 또한 빠르다'
지난 90년대 이후 기업 경영에 있어 기술이나 지적재산, 신용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 때문에 기업들의 수명은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지난 50년간 미국내 비금융권 기업들이 부동산이나 건물 등 유형자산의 비중을 78%에서 53%로 낮추며 특허나 저작권 등 무형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경영에 위기가 닥칠 때 기업의 생명줄이 되는 것은 당장 사라지지 않는 유형자산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사회적인 신용이나 명성을 자산으로 삼아 성장한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그동안 쌓아온 자산을 날리고 그대로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신문은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엔론, 글로벌 크로싱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엔론의 경우 부채 은닉혐의가 드러난 이후 존립이 위태로워 진 회사에 그나마 목숨줄 노릇을 한 것은 불과 최근까지도 찬밥 신세였던 유형 자산이다. 집중투자를 벌여 온 지적재산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반면, 파이프라인 등의 유형 자산은 위기시 담보로서의 가치를 발휘해 대규모 차입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는 것.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의 급성장과 그에 이은 IT산업의 거품 붕괴, 경기 침체 등을 계기로, 무형자산 때문에 급성장 기업이 순식간에 문을 닫는 사례가 잦아진 것이 현실. 저널은 뉴욕대 에드워드 알트만 교수의 분석 자료를 인용, 지난 80년 이후 발생한 대형 파산신고 가운데 약 40%가 2001년 이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무형자산을 물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신기술과 저작권, 특허 등에 존립기반을 둔 마이크로소프트나 월트디즈니 등은 물론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 조차도 무형자산에서 높은 수익을 얻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미 기업들의 무형자산에 대한 연간 투자규모가 78년 국내총생산(GDP)의 4%에서 지난 2000년에는 10%까지 뛰어올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면 이 같은 무형자산은 경영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알트만 교수의 조사결과 무형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채권자들이 경영난에 빠진 기업의 자산 매각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지난해엔 일부 특이사례를 제외하고 달러당 21센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지난 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