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의 테베스·모라타 줄폭격으로 레알 잡았다

유벤투스, 챔스 4강 1차전서 거함 레알 2대1로 격침
레알서 밀려 이적한 모라타, 친정팀에 선제골로 무력시위
호날두의 맨유 옛동료 테베스, 1골1도움으로 호날두 활약 넘어

유럽축구에 유벤투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줄무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새 삶을 찾은 두 공격수가 있다.

카를로스 테베스(31·아르헨티나)와 알바로 모라타(23·스페인) 투톱이 그들이다. 유벤투스는 6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홈 1차전에서 '거함' 레알 마드리드를 2대1로 돌려세웠다. 빗장수비로 유명한 유벤투스지만 이날은 테베스와 모라타를 앞세워 레알보다 더 화끈한 공격으로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슈팅 수 12개로 레알(13개)과 대등했고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7개)은 상대(4개)보다 더 많았다. 올 시즌 부임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승기를 잡은 후반 중반 이후 잠그기에 들어가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객관적 열세라는 전망을 보란 듯 뒤집은 것이다. 유벤투스는 14일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2년 만에 결승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우승상금 1,050만유로가 걸린 결승은 오는 6월7일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테베스는 '아파치'라는 별명답게 후반 막판 교체될 때까지 1골 1도움을 올리며 공격 전 지역을 헤집고 다녔다. 전반 8분 테베스가 예리한 땅볼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를 위협했고 카시야스가 겨우 쳐낸 공을 모라타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1대1이던 후반 12분에는 페널티킥을 정면으로 차는 배짱으로 몸을 던진 카시야스에게 무안을 줬다. 수비 1명을 달고 60m 드리블 끝에 스스로 얻어낸 페널티킥이었다. 이번 대회 11경기 기록을 7골 2도움으로 늘린 테베스는 득점왕에도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현재 1위는 9골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와 루이스 아드리아누(샤흐타르). 호날두는 전반 27분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크로스를 동점 헤딩 골로 연결, 챔스리그 역대 득점 1위(76골)로 나섰다. 하지만 후반 들어 유벤투스 수비에 꽁꽁 묶인 데다 팀도 져 빛이 바랬다.

테베스와 호날두는 과거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뛰었다. 2008년 챔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2008-2009시즌까지 두 시즌을 동료로 지낸 뒤 호날두는 곧바로 레알, 테베스는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맨시티에서 내리막을 걷던 테베스는 지난 시즌 유벤투스로 다시 옮겼다. 맨유 시절 주인공은 호날두였다. 테베스도 잘했지만 감독과의 불화로 더 유명했다. 그러나 이날 맞대결에서 테베스는 호날두를 지워버렸다. UEFA와 골닷컴 등 거의 모든 매체가 테베스를 주인공(경기 MVP)으로 선정했다. 20골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골 차 득점 선두인 그는 득점왕 2관왕도 노릴 만하다.

레알 출신 모라타도 이날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였다. 골은 물론 부지런한 측면 돌파와 적극적인 공중볼 경합으로 후반 33분 교체될 때까지 활기를 더했다. 스페인 21세 이하 대표팀 시절 유럽선수권 득점왕에 올랐던 모라타는 지난해까지 레알에서 뛰었다. 레알 유소년팀 시절부터 눈에 띄어 지난 시즌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종종 골도 넣었다. 하지만 주전 확보는 여전히 어려웠고 지난해 7월 유벤투스로 팀을 옮겨야 했다. 낯선 세리에A에서 7골 4도움으로 순조롭게 적응한 모라타는 챔스리그에서도 3골 1도움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레알은 모라타를 5년 2,000만유로에 이적시킬 때 추후 일정액을 주고 다시 데려갈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삽입했다. 이대로라면 친정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이미 세리에A 우승을 확정한 유벤투스는 코파 이탈리아(FA컵) 결승에도 올라 있어 트레블(3관왕) 가능성이 큰 편이다. 반면 바르셀로나와 힘겨운 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레알은 챔스리그 2차전이 열릴 14일을 전후해 10일 발렌시아, 18일 에스파뇰과 리그 경기도 치러야 한다. 일정상의 어려움에도 안첼로티 레알 감독은 "유벤투스의 역습에 당하고 말았지만 홈경기가 남았다. 전세를 뒤집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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