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소식에 이어 터진 월가의 5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 소식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상업은행 아닌 투자은행에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지난 1930년대 대공항 이후 처음이다.
충격에 빠진 금융시장을 구하기 위해 백악관은 17일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자문기구인 금융시장실무그룹회의를 긴급 소집, 대책 마련에 나선다.
FRB도 14일(현지시간)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뒤 성명서를 통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기에 맞서 무제한적인 자금을 투입할 용의가 있다”며 시장의 패닉을 진정시키는 데 안간힘을 쏟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날 뉴욕 경제클럽에서 행한 연설에서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은 (국가 재정정책의 총본산인) FRB와 재무부가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앞으로도 시장 안정을 위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FRB는 베어스턴스에 대한 30억~50억달러의 자금공급을 28일짜리 만기로 JP모건체이스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베어스턴스는 FRB의 재할인 창구에서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업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경유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인 자금지원 규모와 조건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4일 만에 1만2,000선이 다시 붕괴됐다. 달러도 유로당 1.5686달러까지 치솟아 달러 가치가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위험자산 투자 기피로 미 재무부채권(TB)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2년 및 5년 만기 TB 수익률이 2003년 이후 최저치로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