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로 경제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이 둔화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는 물론 국내 물가상승과 경제성장률 하락 등 총체적 난국이 예상된다.
유가급등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고되고 있다. 악순환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 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제조원가 인상압력 증가→소비자물가 앙등→소비여력 감소→내수침체 가속화→생산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구조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더욱이 소비침체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낳아 결국 투자와 내수가 모두 발목을 잡히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다. 우리 경제가 이미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들어섰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늘 변동하기 마련인 유가가 내려갈 수도 있고 우리 경제가 이전과 달리 웬만한 충격에는 견딜 수 있는 내성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관변학자들이 주로 내세우는 논리다.
문제는 속도와 폭이다. 너무 빠르게 오르면 대응수단이 마땅하지 않은데 현재 상황이 딱 그렇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5%로 잡았던 첫번째 전제는 국제유가 안정. 한은은 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이하를 유지할 경우를 상정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넘어 6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5% 오르고 국민총생산(GDP)은 0.3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오르면 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하며 무역수지 흑자가 13억3,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비교해 유가가 10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 지금과 같은 수준이 유지된다면 성장률 5%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된다. 4%대조차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개개인과 가계의 삶도 더욱 곤궁해질 수밖에 없다. 투자와 내수가 얼어붙어 고용과 실질임금이 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유가가 이른 시일 안에 안정을 되찾지 못할 경우 경제가 쉽사리 회복되기도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번 줄어든 고용과 소득이 원 상태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더욱 큰 문제는 원유가와 함께 철강 등 다른 원자재 가격까지 뛰는 경우다. 자동차와 철강ㆍ조선ㆍ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의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처지에서 다시 한번 원자재 가격이 춤출 경우 우리 경제는 수출급감으로 인해 어떤 나라보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