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케이블TV 수신료 현실화를

해외 기사 검색을 위해 뉴욕타임스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메인 기사의 대부분이 유료여서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기사들이 인기 포털을 통해 실시간 서비스되고 있는 터라 무료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내 결과물에 대한 노력을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사회적 성숙도가 가슴에 와닿았다. 어디 뉴스뿐이랴. 우리나라에서는 음악은 물론, 개봉하지 않은 영화까지 무료로 봐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요금 낮아 콘텐츠 개선 어려워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출범 11년이 지난 케이블TV에 대해서도 ‘공공재’로서의 성격에 더 큰 무게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케이블TV는 ‘유료방송’으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시청자가 적절한 수신료를 내고 방송사는 그 수신료를 재원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돼야 정상이다.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케이블TV 요금 인상 논란은 국내 유료방송 수신료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출범 초기 27개 채널을 1만5,000원에 제공하던 것이 1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평균 70개 채널에 5,400원 정도로 오히려 하락했다. 그중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는 평균 1,536원으로 과거 중계유선의 요금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요금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다. 중계유선이라는 것이 지상파의 재송신을 위해 망을 유지 관리해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보면 다채널 방송을 제공하는 케이블TV 요금이 심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케이블TV 수신료의 정상화 명분은 뚜렷해진다. 케이블TV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월평균 시청료가 6만원을 넘으며, 영국의 경우 4만8,000원에 육박한다. 심지어 소득 수준이 선진국에 못 미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우리보다 월평균 수신료가 높고 우리나라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거의 같은 수준인 대만도 2만원 수준이다. 케이블TV가 중계유선이 해오던 지상파의 난시청 해소 역할까지 담당하면서 시청자 복지에 힘을 쏟아왔지만 정작 다채널 방송으로서의 기반 마련에 미흡했던 결과가 현재 유료시장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케이블TV가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 같은 결과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요구는 이제 인정돼야 한다고 본다. 유사 홈쇼핑 광고에 의존하고 재방송을 줄이지 못하는 채널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는 해도 대부분의 케이블 채널들은 특화된 전문 프로그램을 앞세워 지상파 시청률을 넘보는 정도까지 성장해왔다. 지난 몇 년간의 케이블TV 시청률과 시청점유율의 꾸준한 상승세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또 방송위원회 등 정책 기관들의 질 좋은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시스템의 정비와 지원책 마련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국제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 우리나라의 케이블TV 채널들도 해외 런칭 등 긴 안목으로 계획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산업에 대한 국내 문화 소비자들과 유통자들 사이에 공정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 국내에서 제값을 못 받는 콘텐츠가 해외에서 제값 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론 소비자들에 혜택 케이블TV가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산업에 대해 시청자와 소비자들이 조금 더 따뜻한 시선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고 질책해주길 기대해본다. 그것은 결국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윤택한 문화 생활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시청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나갈 것이다. 또 수신료 정상화의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이해와 협조를 꾸준히 구해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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