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56ㆍ사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19일 경제난국 극복과 관련해 “우리 산업이 구조개편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제대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재위원장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기업을 상대로 옥석을 구분해 실질적인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창의적 아이디어 여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이나 미래첨단산업에 많이 진출해서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내외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경제팀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 인지가 중요한 만큼 지방에도 다니면서 현장을 피부로 느끼고 현장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정책에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업인의 역할에 대해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보고 불황에 제대로 투자해야 큰 기업이 나온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무조건 움츠리지 말고 잘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세계에 우뚝 서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집권당과 국회의 역할에 대해 “어려울 땐 국민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슬기롭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생산적인 입법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경제가 수출 급락 내수침체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언제쯤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까요. ▲우리가 아무리 수출선을 다변화해도 미국과 중국ㆍ일본ㆍEU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그쪽 경기가 빠지니 어쩔 수 없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침체기가 본격적으로 다가옵니다. 경제라고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적 위축과 경제 상황의 진행에 따른 여파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올해 여름까지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IMF는 우리 경제성장률을 올해 마이너스 4%로 전망했고 윤 장관은 마이너스 2%로 예측하더군요. 더 떨어질지, 혹은 나아질지. 어쨌든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자체에 주목합니다. 취업을 못한 많은 대학 졸업생이 직장을 잡기 위해 고민하고 방황하고 3월 이후 노사 분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일자립니다. 멀쩡한 가장이 직장을 잃는다든가 장사가 안되면 큰일입니다. 그런 것들을 3월부터 6ㆍ7월에 체감하지 않을까요. 경기회복은 4ㆍ4분기 들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지 않겠는가 하는 많은 전문가나 정부 당국자 예측에 공감합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우리나라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가는 떨어지고 환율은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하고 있어요. 특히 일각에서는 3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우리와 같은 규모인 나라치고는 너무 많이 개방된 것 같아요. 바로 미국이나 일본ㆍ유럽의 금융시장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2차 금융위기라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럽진 않습니다. 지진도 한번 나면 한번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후속 여진이 생기고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는 것처럼 이번 위기도 어느 정도 예측된 경과대로 가고 있습니다. 너무 당황하지 않고 지금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빠른 시간 안에 회복될 것입니다. -환율급등과 경제성장률 하락,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윤증현 경제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경제팀에 대한 주문사항이 있다면. ▲윤 장관은 개인적으로 일면식이 있는 사이가 아니지만 사업하는 분이든, 당국자든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교적 신뢰를 가지고 괜찮은 사람이 됐다고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책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당국자가 경험을 했고 방법도 있어요. 다만 같은 정책을 내도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윤증현 경제팀은 시장 신뢰가 상당히 강한 것이 장점이죠. 인사청문회 때 보니 윤 장관의 경우 돌격적ㆍ공격적이어서 매사에 치밀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었죠. 그러나 지금 일하는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앞뒤 재가며 정책 효과를 최대한 내기 위해 신속하게 처방을 해가는 것 같아요. 아무튼 경제팀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 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지방에도 다니면서 실제 현장을 피부로 느끼고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정책에 반영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수출이 늘고 내수가 되살아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경제가 과거에 경제 성장률이 7~8%, 어쩔 때는 11~12%까지 이뤘지만 최근 8% 잠재 성장률을 보였고 불과 몇 년 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들어서며 4~5%밖에 안 되게 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첫째가 경제성장 하면서 과거 고도 성장 때는 수출형 대기업 재벌 위주였습니다. 그때는 그들의 역할이 가장 효율적인 모델이었죠. 그러나 세상에는 올라갈 때 있으면 떨어질 때가 있고 성장할 때 있으면 사양 산업이 되는 변천사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성장 과정에서 대기업 재벌 위주로 성장했지만 이제 사회가 변하고 경제 상황이 바뀌었으니 교정해서 중소기업도 편하게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대기업은 여유 자금 수백조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과 가계의 경우 허리가 없어진 겁니다. 허리를 담당할 중소기업이 중요합니다. 대기업을 규제할 필요는 없지만 중소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합니다. 일자리의 88%를 중소기업이 만듭니다. 재벌은 자본에 의한 기술 혁신이 장점이지만 중소기업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미래첨단 산업성장에 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서 요즘 저탄소 녹색 성장산업에 중소기업이 참여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의료ㆍ서비스 산업 등에도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시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요즘은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합니다. 어려울 때는 없는 사람부터 일자리를 잃어가니까 이를 위해 호스피스 등 저변에 그런 직장이 많지 않습니까.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기업인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이 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너무 경제 성장 기간이 짧았고 성공한 기업인에 대해 ‘과거 당신의 과거를 아는데’ 하는 이런 분위기가 좀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외형 위주로 커 와서 여유가 없습니다. 외형 위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돈을 빌려 갚기에 급급하다 보니 사회적 역할에 대해 소홀한 거죠. 기부문화가 없지 않습니까. 요즘 조금씩 생기는 것 같긴 합니다만 기업가가 존경받는 사회가 아직 형성이 안 됐습니다. 우리가 과정에 있지 않습니까. 어려울 때는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보고 불황에 제대로 투자해야 큰 기업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기업 재무구조와 경제 사정을 면밀히 분석하겠지만 분위기 안 좋다고 무조건 움츠리지 말고 투자해야 장기적으로는 세계에서 우뚝 선 기업이 될 것입니다. -정당과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국회 본연 자세로 돌아가 어떤 이슈든 터놓고 토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면 아무리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주제라 해도 놓고 의논하면 방법 나옵니다. 지금은 아예 문을 안 열려고 합니다. 나라가 어려울 땐 국민 모두 한마음이 돼서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화합과 통합의 견인차를 정치인이 해야 합니다. 참 아쉽습니다. 반성해가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만 저희 상임위는 비교적 잘 의논하는 분위기입니다. 외화 자금 국가 지급 보증할 때도 빠른 시일 안에 해결했습니다. -특히 경제난국을 풀기 위해 시급히 처리해줘야 할 법안은 무엇입니까. ▲금산분리 법안은 재정위 소관은 아니지만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법안이 의결돼서 집행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금산 분리를 산업 자본이 막대한 재벌이 금융기관을 소유해서 마음대로 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요. 옛날 이야기 아닙니까. 지금 우리나라는 거의 국민소득 2만달러이며 인터넷 강국으로 모든 정보가 가감 없이 전달되는 사회입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사회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쉽게 하지 못합니다. 법안이나 그런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충분합니다. 상징적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제대로 정부와 기업이 일할 수 있는 의지를 만들어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되길 바랍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삶과 선종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국가적으로 보배 같은 분을 잃어서 국민들이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지나온 족적을 보면 민주화와 경제 성장 과정에 힘들고 어렵고 필요할 때마다 정신적 지주가 돼왔습니다. 떠날 때까지도 사랑과 나눔을 줘 사회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잡셰어링입니다. 재정위 안에서도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어요. 근로자들도 다소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함께 더불어 사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당리당략을 떠나 경제난국 해결을 위한 초당적 처방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어쨌든 정치인들도 한발 물러서서 자기가 하고 있는 행위를 과연 국민에게 어떠한 느낌을 주고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한번 더 돌아봐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아예 원내 지도부를 없애버리고 그냥 상임위 중심으로 한다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당 지도부든 원내 지도부 든 지엽적인, 구체적인 법률안에 관해 당론을 만드는 것을 지양하고 상임위가 빨리 가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몇몇 위원회를 보면 소위 구성이 안 되고 법안 상정이 안 됐습니다. 즉시 조건 없이 상임위에 올려서 논의를 하다 보면 서로 간에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것이고, 논의하다 보면 쟁점도 합의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