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업계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최근 분기마다 '고위험등급 주식'을 골라 고객들에게 이들 주식의 투자 자제를 권유하기로 했다. 증권사가 직접 투자위험 종목군을 선정해 투자위험을 경고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화증권의 파격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매일 내놓는 기업분석 리포트에서도 매도 의견을 10% 이상 담도록 했다. 팔아야 할 종목이 있다면 기업·주주 눈치 보지 않고 팔라고 말하겠다는 것이다. 잦은 매매를 유도하는 영업행태를 바꾸기 위해 주문금액이 아닌 주문건별로 정액 수수료를 부과하고 수수료 수입에 따라 직원들에게 지급해온 성과급 제도는 없애기로 했다.
한화증권의 이런 도전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보기 힘든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기업·주주 눈치 살피기에 바빠 기업실적·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매수 리포트만 남발해왔다. 그래서인지 전체 43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매도 리포트를 낸 곳은 한화증권 단 한 곳뿐이다. 매수추천 아니면 투자의견이 없는 NR(Non Rated) 리포트 일색인 게 현실이다. 대다수 투자자는 NR 리포트를 매수추천으로 인식한다. 2009년 8건에 불과하던 NR 리포트는 2010년 1,0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248건으로 급증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올바른 투자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상실과 증권사 실적악화로 귀결된다. 지금 국내 증권업계가 직면한 어려움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증권사들이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잘못된 관행과의 작별이다. 한화증권의 실험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