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Bobby Kim, 돌아온 솔의 전설

바비킴 2집 '팔로 유어 솔' 발표…'패배자 정서' 노래…완성도 탁월



2004년 한국 가요계는 걸출한 아티스트 한 명을 재발견했다. 입에 사탕을 하나 문 것 같은 발성, 읊조리는 듯 짙은 허무함이 배인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인 바비킴(33). 1집 앨범 ‘고래의 꿈’은 10년 넘게 무명에 가깝던 바비킴을 스타로 만들었고,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은 ‘한국적 솔(soul) 음악의 효시’라는 평단의 극찬과 함께 지금까지 1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반짝 가수와 반짝 히트곡 위주로 재편된 한국 가요계에서 이런 2~3년 간 팔려 나가는 스테디 셀러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경우다. 그런 바비킴이 2집 ‘팔로 유어 솔’로 돌아왔다. 이번 2집도 한국적 솔 음악의 색채를 유지하고 있지만, 1집에 비해서는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앨범 전체적으로 힙합적인 분위기를 빼고 어쿠스틱 반주를 주로 이용했으며, 멜로디가 잔잔해졌고 가사에 사랑 얘기를 많이 담은 것도 특징이다. “(1집과는) 분위기를 바꿔야 겠다는 의도를 살렸습니다. 어쿠스틱이야 말로 100년이 지나도 유행과 상관없는 소리죠. 앞으로도 솔로 앨범은 최대한 어쿠스틱으로 가려고 합니다.” 바비킴은 원래 힙합 아티스트로 출발했다. 지금도 힙합하는 젊은이들이 ‘대부’ 격으로 여기는 몇 안 되는 고참 중 하나다. 그러나 바비킴은 솔로 앨범에서는 솔 음악을 선보이고, 힙합은 별도로 이끌고 있는 그룹 부가킹즈서 보여주겠다는 계획. 이번 음반에서 바비킴의 멋진 랩을 들을 수 있는 곡은 단 한곡에 불과하다. 바비킴은 예전 MBC 관현악단에서 트럼펫 주자로 활약하던 김영근 씨의 아들이다. 음악적인 도전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코 행을 결정한 아버지 때문에 2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미국에서 살았다. 그래서 바비킴의 음악적인 바탕엔 미국에서 접한 힙합과 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적인 정서가 버무려져 있다. 이 부분은 바비킴이 그동안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스타일을 창조하게 된 기초가 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파랑새’는 시각장애인 재즈 하모니카 주자 전제덕의 연주가 읊조리는 바비킴의 목소리와 절묘하게 어울린 곡이다. 가사는 사랑에 대한 내용인데 바비킴은 “음악적인 꿈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의 얘기를 담았다”며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그려봤다”고 말했다. 이번 새 앨범은 음악적으로는 많이 달라졌지만 가사가 담고 있는 정서는 1집과 변함이 없다. 언젠가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리는 ‘패배자의 정서’와 함께 이른바 ‘헝그리 정신’이 음반 전체적으로 녹아있다. 이는 10년 넘게 고생한 바비킴의 개인사와도 관련된 것인데, 바비킴은 이런 정서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 몇 년간은 부모님 모시는 데 어려움이 없어진 지금도 베란다에서 담배 한 대 피울 때 드는 기분은 예전 어려울 때와 똑같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파랑새’ 외에 음반에서 돋보이는 곡은 1집 ‘고래의 꿈’에 이어 아버지 김씨가 트럼펫을 연주해 준 ‘넋두리’,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랩으로 참여한 ‘최면’, 여가수 제이(J)와 함께 부른 ‘웃어줘’, 바비킴이 스스로를 이 시대의 세르반테스라고 소개하는 ‘돈키호테’ 등. 완성도 면에서는 ‘버릴 곡이 없다’는 게 평단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첫번째 대형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바비킴은 새해 1월부터는 방송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집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바비킴은 인터뷰 말미 “이제 바비킴이 교포라는 생각을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피가 한국 사람이고, 최근 14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인데, 스스로 “이제 우리말 실력이 영어 실력보다 더 낫다”고 자신감까지 내보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