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며칠 후 출근길 어느 화장품 가게에 붙어 있던 'IMF 기념 할인 대축제'라는 안내문을 기억한다. 가게 주인 아주머니의 진지한 표정으로 보아 촌철살인의 유머감을 발휘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TV나 신문에 자주 보도되던 IMF를 기념할 만한 국제회의쯤으로 생각하신 모양이다. 영문도 모르고 이름마저 생소했던 IMF 외환위기는 다행히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로 조기에 극복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부터 14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서민들의 삶을 보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채무자가 돼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금융거래나 취업이 어려워지고, 생활비 등 긴급자금으로 사채까지 쓰게 돼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서민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 서민경제의 안전판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있다. 캠코는 IMF 이후 지속적으로 채무자들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감면하고 8년간 장기분할 상환토록 하는 채무조정지원 제도를 운영해 금융소외자들의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자활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 프로그램으로 종합 자활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 채무를 제1금융권의 저금리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실질적인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취업을 지원해주는 '행복잡(Job)이', 캠코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주는 '캠코 두배로 희망대출'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바꿔드림론'은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최고의 제도 개선사례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기원전 49년 루비콘 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치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한때는 로마 제일의 채무자였다고 한다. 채권자들 등쌀에 갈리아 총독으로 부임하지 못하고 있던 그를 당시 로마 최고의 부자 크라수스가 지원해줬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카이사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캠코의 금융소외자 지원으로 재기에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가정과 직장에서 카이사르 못지않은 열정과 재능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