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글로벌 공조는 强者끼리의 모색


유로존 위기의 한가운데서 열린 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결과적으로 50점 이상의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칸 정상회의는 유로존 위기를 해소할 핵심 방안으로 꼽혔던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IMF 재원을 늘린다는 원칙적인 합의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는 이르지 못했다. 위기 극복에 대해 앞다퉈 립 서비스가 쏟아졌지만 실제 주머니 속의 돈을 낼 때는 셈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칸 G20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냉정한 글로벌 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글로벌 공조가 위기의 해법이라고 너도나도 외쳤지만 글로벌 공조는 살아남은 자들의 살길을 찾기 위한 협력일 뿐이었다. 이미 벼랑 끝에 매달린 국가를 위한 공조가 아니다. 유로존의 위기 극복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나 그리스를 향해 막말까지 퍼부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머릿속에는 그리스나 이탈리아는 이미 망한 나라이다. 다만 유로라는 틀이 깨져 프랑스와 독일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을 막고 여기에 미국과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복잡한 계산이 있을 뿐이다.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유로존이 아니었다면 어느 정상도 핏대를 세우며 몰아붙이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여야 간에 교착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문제도 복잡한 셈법 속에 시간만 끌고 있다. 분명 득과 실을 따져 FTA를 발효시켜야 하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인정을 해야 한다. G20 국가 중 재정여력이 있는 7개 국가 안에 들어갈 정도로 탄탄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무역 위주의 성장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아픈 한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FTA다. 유로존과 같은 단일공동체(동북아 경제공동체)가 당장 어렵다면 유럽ㆍ미국ㆍ중남미ㆍ아시아ㆍ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연대의 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글로벌 공조는 살아남은 자들의 살길이다. 아무런 연대도 없다면 글로벌 공조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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