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해빙 무드 조성되나

■ 北 나포 대승호 돌아온다
"쌀 지원 검토에 北 화답"


대결 국면으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화해의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일까. 우리 정부가 민간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북한이 나포 한 달 만에 대승호와 선원 모두를 우리 측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피랍 후 한 달 만인데 그간 대승호 송환을 촉구하는 우리 정부 측 통신문에 북한이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측의 이번 통보는 예상을 깬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남북관계가 대결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남북관계가 워낙 복잡 미묘해 쉽게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대승호 귀환→민간 차원 대북 쌀 지원→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남북 대화 재개' 등 일련의 회복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면서 "우리 정부가 민간 측의 대북 식량 지원을 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한 화답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대북 수해지원 제의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화답이 아니겠느냐"면서 "앞으로 대북 수해지원 등을 위한 남북 적십자사 간 회담이나 당국 차원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이번 단편적 사례만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기에는 무리라는 신중한 입장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선순환적 남북관계를 위한 여러 걸림돌 가운데 하나를 해소했다는 의미가 있고 좋은 신호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지나친 기대를 하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북한으로서는 조만간 예정된 당대표자회 등 여러 정치 일정을 앞두고 안팎으로 안정된 환경 조성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당대표자회 등 국내 정치 일정이 많으니까 국내외적으로 안정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당대표자회를 개최하는 데 있어 물질적으로 풍성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관계 긴장완화와 남측으로부터의 대북 지원이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청와대가 국정원 2ㆍ3차장과 기조실장을 전면 교체했는데 이런 인사가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꿀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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