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 3대축 경기부양 모드] 말바꾼 옐런… "실업률 하락에도 고용 취약" 금리인상 연기 시사

제조업·소비·주택시장 등 주요 경기지표도 혼조세
"통계 뒤의 삶 주목해야" 비둘기파 본색 드러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은 연준 고위직 가운데 가장 비둘기적인 발언 가운데 하나다."

3월31일(현지시간) 옐런 의장이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 뒤에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자 이에 대한 데이비드 저보스 제프리스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다. 이처럼 옐런이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 지속을 재확인한 것은 우선 실업률 하락에도 체감 고용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 경제는 중국·유럽 등 다른 나라와 달리 견조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소비·주택 등의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며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출구전략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연준으로서는 경기가 확실하게 살아나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5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사 이후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 경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다.

옐런 의장은 이날 시카고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개인적 인연을 가진 시카고 시민 3인의 비참한 근황을 소개했다. 비키 리라는 노숙자 신세를 참아가며 식료품 가게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있고 도리네 풀레는 2년째 일자리를 구하려 몸부림치고 있다는 게 옐런의 설명이다. 또 건설 노동자였던 저메인 브라운리는 시간제 일을 닥치는 대로 구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옐런 의장은 "실업률이 지난 2년간 가파르게 떨어지며 지난달 6.7%를 기록했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계 뒤에 숨은 미 국민의 실질적인 삶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트타임 고용 증가, 임금 정체, 낮은 노동시장 참가율, 실업 장기화 등은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의 부진을 시사한다"며 "미국 경제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목표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측면에 일부 고용지표는 불황기보다 더 나빠졌다"며 700만여명이 정규직을 원하지만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고 105만명은 아직 실업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옐런 의장은 "대규모 경기침체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상당 기간 특별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연준 내부 동료들도 이런 관점에 광범위하게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이퍼링 종료 이후 연준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옐런 의장이 3월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가 끝난 뒤 6개월 이후에 첫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나타낸 데서 태도가 변화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오는 10월쯤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끝날 경우 연준이 이르면 내년 4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이날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금리인상 시점도 내년 하반기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와드 매카시 제퍼리스LL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책이 상당 기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해 금리인상 시점을 간접적으로 연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경제도 아직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이른 실정이다. 미국의 소비·주택시장·제조업 등의 지표가 조사 기관과 시점에 따라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의 경우 전분기 대비 2.6% 성장하며 수정치인 2.4%보다는 올라갔지만 시장 예상치인 2.7%에는 조금 밑돌았다. 올 1·4분기 GDP의 경우 혹한 등의 여파로 1.6%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은 옐런 의장은 당분간 비둘기파적인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선제안내)를 통해 시장 금리를 낮추며 경기방어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시장도 옐런의 이런 메시지에 민감하게 움직였다.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후 옐런의 발언이 전해지자 2bp(1bp=0.01%) 하락한 0.43%를 기록했다.

이날 옐런 의장의 말이 '6개월 후' 발언 실수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탠더드차타드PIC의 토머스 코스터그 이코노미스트는 "옐런 의장은 미 경기 성장이 아니라 노동시장 부진에만 초점을 맞추는 옐런 식 비둘기 스타일을 보여줬다"며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경기순응적인 통화정책 지속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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