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제품 상호교환「복합형 전략적제휴」/대림산업­호남유화 첫성사

◎어제 계약/유화공급과잉 해소·투자비 절감효과 기대국내 유화업계에서 원료와 제품을 상호교환하는 복합형 전략적 제휴가 처음으로 성사됐다. 대림산업(대표 성기웅)과 롯데그룹 계열의 호남석유화학(대표 하태준)은 10일 국내 유화시장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원료와 이를 기초로 생산된 합성수지제품을 상호공급키로 하는 전략적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계약에서 대림산업은 호남석유화학에 유화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장기공급하고 호남석유화학은 이 원료를 이용해 생산된 합성고무원료 등 중간재(C4 혼합물)를 공급키로 했다. 양사의 이번 제휴는 수직계열의 제품을 두 회사가 나눠 생산, 제품을 상호교환하는 복합형 전략제휴의 한 형태로 자동차·석유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업체들간에는 이러한 사례가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제휴는 특히 국내유화업계의 심각한 공급과잉 해소와 투자비 절감은 물론 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 재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호남석유화학은 1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자되는 나프타분해센터(NCC) 증설계획을 취소하고 여유자금을 주력분야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폴리프로필렌(PP) 증설에 투자키로 했으며 대림은 설비보수(리벰핑)를 통해 에틸렌 생산을 증설, 호남석유화학에 장기공급키로 했다. 양사는 이번 제휴를 토대로 각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생산계열화를 추진하고 나프타원료의 공동구매 등 판매를 제외한 전부문을 공유해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한편 호남석유화학은 연산 45만톤 규모의 합성수지(폴리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의 석유화학업체로 최근 합성수지 제품의 설비증설에 맞춰 1천억원 규모의 에틸렌 설비증설을 추진해왔다.<민병호 기자> ◎제휴 의미/“수직계열화 역할분담 신협력모델 제시” 양사의 제휴는 공급과잉과 이로인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유화업계에 새로운 협력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유화산업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참여와 기존업체들의 설비증설 경쟁으로 공급과잉 상태에 있으며 내년초에는 현대석유화학의 연산 55만톤짜리 제2기 공장이 완공돼 국내시장의 공급은 수요를 30%이상 초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제휴는 유화업계는 물론 타업계에도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삼성과 현대가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료 상호교환 합의에 이은 이번 제휴는 원료와 제품이라는 수직계열화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국내에서는 첫 사례로 꼽힌다. 양사의 이번 제휴는 공장이 여천석유화학단지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이웃사촌」일 뿐 아니라 설립과정에서 맺은 인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림과 호남유화는 지난 79년 한국종합화학이 민영화되면서 에틸렌사업부와 고밀도폴리에틸렌 등 합성수지분야를 각각 인수해 설립됐다. 양사는 몇년전까지 지분을 서로 보유하고 공장간 파이프라인을 통해 원료를 주고 받기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최근 양사가 원료 및 합성수지제품의 증설을 추진하다 대림의 박준형 사업담당이사와 호남의 허수영 기획담당이사가 만나 서로의 투자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제휴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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