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LG반도체 빅딜] '실트론' 기구한 운명

동부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LG실트론」의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LG실트론은 LG가 51%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갖고 있으며 동부는 49%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기업.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 LG반도체에 주로 공급해온 이회사는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넘어가게 됨에 따라 존폐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최근들어 LG측이 현재의 사업 형태를 유지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전자측에 높은 값을 받고 팔기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동부의 지분 처리방향. 동부로서는 LG실트론이 매각될 경우 동부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49%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LG실트론의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실트론의 전신은 동부산업이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와 지난 81년 50대50으로 설립한 「코실」. 지난 86년10월 국내 최초로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기 시작한 「코실」은 불과 2년만에 기술과 원료를 제공한 몬산토가 휼스사로 웨이퍼 사업부문을 넘기고 철수하면서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휼스와의 합작 협상이 경영권 문제로 결렬되고 원료 공급이 불가능해지면서 89년 6월부터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1년가량의 생산 중단 끝에 90년5월 당시 럭키소재와의 합작이 성사되면서 지금의 LG실트론으로 새롭게 탄생했으나 반도체 빅딜로 또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동부는 국내 최초로 반도체 웨이퍼 사업을 시작했으면서도 실트론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LG의 그늘에 가려 자신들의 입장을 드러내 놓고 표명하지 못하는 등 웨이퍼 사업부문에서 잊혀진 존재로 전락했던게 사실이다. 때문에 실트론 매각이 이뤄지게 되면 보유지분을 처분할 수도 있다는 것이 동부의 입장이다. 특히 동부측은 LG가 실트론이란 회사명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LG실트론」이란 상호를 임의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동부 관계자는 『LG측이 보도자료 등을 통해 LG실트론이란 명칭을 사용해와 매번 항의를 했지만 아직도 공공연히 이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서로의 합의 사항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법적인 문제로 비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쨋든 동부는 현재의「실트론」운영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어 자신들이 아예 경영권을 인수하든 다른 업체로 지분을 넘기든 양자 택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트론」의 운명이 다시 한번 바뀌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훈 기자 LH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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