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수락연설 의미·본선전략

"개혁·국민통합으로 잘사는 나라 기치"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돼 오는 12월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노 후보는 27일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개혁'과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된 집권시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하고 본선에서의 필승전략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 후보수락 연설 노 후보는 자신이 새 대통령에 당선되면 우리나라를 '경쟁력 있는 나라' '골고루 잘 사는 나라' '중산층과 서민도 잘 사는 나라' '동북아의 질서를 주도하는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는 국정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위해 '안정된 경제'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완화 ▦물가ㆍ집값 안정 등을 통해 경제성장과 분배의 정의를 조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노 후보는 특히 자신이 제시한 국정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3대 국정운영 과제로 ▦정치개혁 ▦원칙과 신뢰 ▦국민통합을 꼽았다. 정치개혁과 관련, "인사를 공정하게 철저한 능력위주로 해 특정지역이나 특정학교 출신이 권력을 독점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부정을 저지르면 반드시 적발하고 부정이 탄로나면 무거운 벌을 받도록 제도개혁을 더 확실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원칙과 신뢰'의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기회주의, 연고주의, 정실주의 문화를 비판하고 "지도자가 반칙을 하는 나라, 국민이 지도자를 의심하는 나라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하는 핵심전략은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다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통합'과 관련, "어떤 지역도 차별받지 않고 어느 지역도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관행과 제도를 확실하게 바로잡겠다"고 지역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노사대립이라는 사회적 분열도 핵심적인 통합과제로 제시하고 "갈등의 현장이 바로 정치의 현장이며 노사의 분쟁을 외면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면서 "필요하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노사화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 노 후보 당선 의미ㆍ과제 노 후보의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 당선은 정치권 변화를 바라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중론이다. 민주화를 경험한 386 세대의 응원, 신세대 네티즌의 열정, 광주에서 확인된 지역주의 붕괴조짐 등 종전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움직임들이 '노무현 돌풍'과 함께 정치환경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돌풍'은 '이인제 대세론'이란 벽을 단숨에 뛰어넘으면서 민주당은 영남출신의 정권재창출 기수를 맞아 '노무현 호(號)'로 탈바꿈하면서 `전국 정당화'의 외양을 더욱 선명하게 갖추게 됐다. 하지만 노풍이 앞으로 8개월 남은 본선에서도 순조로운 진군을 계속할 지는 섣부른 예측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선 경선 후유증의 극복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내 길을 가겠다'며 독자노선 모색 의지를 밝힌 이인제 고문을 어떻게 껴안고 가느냐의 숙제가 간단치 않다. 이른바 '후보 다듬기' 작업을 놓고 노 후보 캠프와 당 공조직간의 의견조율, 김대중(DJ) 대통령과의 관계정립 문제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새 지도부와 후보간 역할분담은 '당ㆍ정분리'란 집권당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적잖은 난관이 뒤따를 전망이다. 그간 수차례 공언해온 정계개편론을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갈지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후보는 DJ는 물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민주계 등 과거 민주화세력이 헤쳐모이는 '신(新) 민주대연합' 구상을 품고 있다. 이를 위해 조만간 YS를 방문,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지만 그간 YS와 DJ간 악화된 관계를 감안할 때 이런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노 후보의 책임으로 돌아오게 될 6.13 지방선거의 결과 역시 민주당과 노 후보의 앞날을 좌우하게 될 결정적인 변수다. 특히 노 후보는 "부산ㆍ경남ㆍ울산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패배할 경우 재신임을 물을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친 상태여서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그의 대선가도가 한차례 출렁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선거란 큰 고개를 넘고나면 '작은 총선'으로 불리는 8월 국회의원 재ㆍ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내달 9일 한나라당 후보가 확정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후보검증 과정을 여하히 통과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구동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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