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배당] 기업은 왜 배당을 지급하는가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기업이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 현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배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언제나 그렇다. 현금은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자산이다. 투자의 재원이고 빌린 돈을 이자와 함께 갚는 데도 쓰인다.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면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고 부채의 만기 연장이 갑자기 어려워져도 이에 대비할 수 있다. 낮은 부채비율과 충분한 현금은 경영 안정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다.

회사가 공시해야 하는 재무제표에 현금흐름표가 포함되는 것은 이처럼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현금 유출은 기업에 언제나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배당은 반드시 필요하고 나아가 회사에 유·무형의 이익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배당은 기업이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수단이다. 채권투자자가 이자를, 노동자가 임금을 받듯이 배당은 투자의 대가로서 주주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많은 연구가 제시하는 바에 따르면 기업이 오히려 적극 나서서 배당을 늘려 지급하려는 유인도 있다. 먼저 기업과 주주 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데, 적정한 배당을 지급함으로써 기업은 이 문제를 완화하면서 주주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배당을 지급할 것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최소한 경영진만큼은 회사의 수익성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정보를 시장에 제공한다. 이는 투자를 고려하지만 회사의 장래가 불안한 투자자에게는 좋은 신호다. 유휴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 등이 이를 낭비하거나 빼돌릴 여지가 별로 없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렇게 해서 적정 배당 지급이 실제 주식 투자 증가와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된다면 배당 지급 기업의 가치에는 프리미엄이 붙는 셈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당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는 순자산이 68% 증가했다. 시장과 투자자의 선호가 분명해질수록 배당 지급으로 기업이 얻는 이익도, 자발적 적정 배당의 유인도 커진다. 추후 자금 조달과 자본금 확충이 용이해질 것은 자명하다.

배당은 최대주주가 이익을 챙기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70~80%라면 나머지 투자자들은 배당보다는 유보를 늘려 투자하기를 바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배당 증가의 진정한 의도를 한번쯤 숙고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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