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 월리엄 보몰이 주장한 ‘보몰의 병폐(Baumol’s Disease)’라는 경제 이론이 있다. 경제가 성숙될수록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옮겨갈 수 밖에 없는 데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제조업 보다 낮아 ‘고용 없는 성장’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 산업이 낮은 단계에 계속 머물게 되면 성장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
한국경제가 바로 이 같은 상황에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제조업은 고 부가가치ㆍ탈 한국화가 진행되면서 성장에 미치는 기여도가 줄고 있다. 대신 서비스업이 이를 채워나가고 있으나 생산성은 게걸음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ㆍ소매ㆍ숙박ㆍ음식점 등 이른바 생계형 서비스업의 경우 과잉 창업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비스업 구조조정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봉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산업의 명목 부가가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나 이는 가격 상승에 의한 것으로 실질적 성장은 사실상 답보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의 서비스업으로의 이동이 본격화 되고 있어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를 고려해 볼 때 서비스업이 한국경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경제 전체의 생산성 정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소니와 같은 세계 최고의 제조업을 갖추었지만 서비스 산업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미국은 서비스업을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육성, 서비스 강국으로 성장했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 이면에는 서비스업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