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周)나라의 여왕(勵王)은 포악해서 사람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참다 못한 한 신하가 왕에게 고언(苦言)을 올렸다. “백성들은 왕의 명령을 참을 수 없다고 합니다.” 화가 난 왕은 위나라에서 무당을 데리고 와 욕하는 사람을 감시하고 고발하게 했다. 겁을 먹은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고 눈짓만으로 신호를 주고 받는 지경에 이르자 왕은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 내 욕을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구나.” 신하가 담담히 대답했다. “그건 백성 입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백성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막힌 강물이 터지면 많은 사람이 다칩니다. 백성도 그와 같습니다. 원래 백성은 신중히 생각한 뒤에 그것을 입에 담는 법이니 마음껏 발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만일 그 입을 막는다면 파국이 올 것입니다.” 중국 고전 ‘국어(國語)’에 나오는 주나라 폭군 여왕의 이야기 한 대목이다. 기원전 350년경에 좌구명(左丘明)이 쓴 춘추시대 역사책 국어는 우리 귀엔 낯설지만 중국에서는 춘추좌씨전에 비견될만한 명저로 꼽힌다. 중국 고전에 웬만큼 박식하지 않으면 좀처럼 인용하기 쉽지 않다. 다케우치 미노루 등 일본 최고의 중국학 전문가들이 쓴 ‘교양으로 읽어야 할 중국지식’은 엄청난 양의 중국 고전을 독파하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 부담을 덜어준다. 25명의 저자들은 춘추좌씨전, 사기, 한서, 정관정요, 논어, 맹자, 수호전, 서유기, 전등신화, 본초강목 등 모두 200권이 넘는 중국 고전을 압축해 놓았다. 유용하게 인용할 수 있는 문장들을 따로 뽑아내는 친절도 베풀었다. 정관정요 편의 명문장으로는 ‘임심칙조서 수광칙어유’(林深則鳥棲 水廣則魚遊)가 꼽혔다. ‘숲이 깊으면 새들이 깃들고, 물 넓으면 물고기가 노닌다’는 뜻으로 위정자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자세를 올바르게 해야 하고 그것만 잘 지키면 백성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4,000년 중국 역사를 담은 서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