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고객 사로잡는 비결은 따뜻한 가슴"

국민은행 여의도 영엉부 하예용 VIP팀장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어요. 벼락 부자는 극소수예요.” 3억원 이상을 예금에 맡기는‘큰손’을 고객으로 모시는 하예용(42) 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VIP팀장이 말한 부자론이다. 지난 2월 2만5,000여명의 국민은행 직원 가운데 100여명에 불과한 여성 차장으로 승진한 그녀는 부자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우리 사회 풍토가 안타깝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부자 고객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경제 공부에 열심이라고 귀띔한다. “고객 중에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경제 공부를 하며 금융권을 돌아다니시는 분도 계신다”면서 “제가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배우는 형편”이라며 자신이 오히려 인생의 하수라고 하 팀장은 겸손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 팀장은 부자 고객을 사로잡은 방법으로‘실력’이 아니라‘따뜻한 가슴’을 꼽았다. 그녀는 “4년 전 처음 VIP라운지로 왔을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은 고객의 수익률이었다”면서“하지만 고객들이 오히려 더 풍부한 경제 지식을 갖고 있다 보니 내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후부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현란한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고객을 대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제일 먼저 생일이나 자녀의 입학ㆍ졸업식 등 가족 소사부터 챙겼다”면서 “여성이라서 잔잔한 일상을 챙기는 것이 더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큰 돈을 관리하는 게 본업이다 보니 세심하고 꼼꼼한 여성 특유의 기질이 업무에 도움이 됐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하 팀장은 후배들에게도 항상“좀더 욕심을 내라”고 조언한다. 국민은행에서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파면서 몇 안 되는 여성 프라이빗뱅커(PB)가 된 것도 어느 순간‘유리 천장’을 한번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스스로를 독려한 덕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하루에 차를 10잔도 넘게 마신다. 관리하는 고객 만도 500명에 달하다 보니 점심을 거르고 상담에 임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녀는 “하지만 고객 정보를 분석하고 부자들에게 재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돈을 벌게 해주는 일’을 하는 PB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 팀장은 ”앞으로는 펀드가 투자의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에 투자한 대부분의 펀드 수익률이 60%를 넘어선 데서 보듯 향후 가장 중요한 투자자산으로 부각할 것이라는 게 그녀의 분석이다. 마흔을 넘긴 중년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그녀의 사물실에 수북이 쌓여있는 각종 투자전문서적이 그녀의 조언에 신뢰를 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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