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를 경악케 했던 9·11 테러가 오는 11일 5주년을 맞는다. 무역센터 빌딩이 붕괴되면서 아비규환으로 변했던 당시 9·11 테러 현장과 현재 평화로운 일상을 찾은 모습이 대조적이다. /뉴욕=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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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은 “미국의 역사는 ‘9ㆍ11’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2001년 9월 11일의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심장부 뉴욕을 강타하며 세계를 경악케 했던 9ㆍ11 테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무역센터가 무너진 ‘그라운드 제로’에 ‘프리덤 타워’가 들어서고 세계 경제가 활력을 되찾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힘의 외교를 펼치고 있는 미국은 여전히 테러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
◇세계 경제는 9ㆍ11 쇼크에서 회복= 무역센터에 가해진 9ㆍ11 테러 공격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테러가 미국 본토에 가해진 최초의 외부 공격인데다 미국 부의 상징인 무역센터를 노렸기 때문이다. 다우존스 지수는 테러 당일 7%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9ㆍ11이 몰고온 경제 충격은 한달도 채 지속되지 않았다. 테러 이후 한때 7,000선까지 떨어졌던 다우지수는 이제 1만1,000선을 훌쩍 넘었고, 나스닥 지수도 2,100을 웃돌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발표한 9ㆍ11 테러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테러 1년만인 2002년말에 테러의 부정적 영향이 모두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9ㆍ11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장기적일 것이라는 당시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갔다.
테러의 목표지였던 뉴욕의 경제는 테러 이전보다 더 활기차다. 뉴요커들의 평균 소득은 테러 이후 미국내 다른 지역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고, 지난 5월 뉴욕시의 실업률은 5%로 약 18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뉴욕으로 쏟아져 들어온 이민자는 테러 이후 더 늘었다. 지난 2000년부터 뉴욕에 터전을 잡은 이민자가 50여만명에 육박하면서 뉴욕시와 인근 지역에서는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도 최근 3년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001년 테러 직후 성장률이 0.8%로 떨어졌지만 올 1ㆍ4분기에 5.6%로 회복됐다. 테러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부시는 2001년 금리인하 카드를 사용했지만, 2004년부터는 긴축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1%에서 5.25%로 올랐다. 특히 미국의 주력사업인 방산업계는 테러로 대박을 터뜨렸다. 방산업체들의 수익증가율은 5년간 189%로 일반기업의 76%보다 두배 이상 높다.
◇국제 사회 반목은 심화= 대외적으로 미국은 테러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미국식 질서를 강요하며 힘의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 확장은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를 방증한다. 2001년 이후 2006년까지 미 국방부 예산은 39%가 늘었다.
2001년 미국 군비는 3,250억달러로 세계 주요 14개국의 군비를 합친 것과 비슷했지만, 2005년 군비는 14개국 전체보다 1,160억달러가 많다. 그러나 미국의 힘이 커질수록 고립도 심화하고 있다. 대테러전을 수행하면서 전통적으로 친밀했던 유럽 강대국들과의 동맹관계에 균열도 생겼다. 강한 동맹관계를 유지했던 유럽과의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전에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 등 오랜 동맹국들과의 관계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테러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슬람 지역에서의 반미 감정은 그 어느때보다 고조돼있다. 랜드연구소의 중동 전문가인 제임스 도빈스 연구원은 “9ㆍ11 이후 5년동안 미국의 외교는 테러리스트보다는 자신들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비판했다.
테러 이후 국제 사회는 종교와 인종을 내세워 반목하며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은 외형적으로는 강해졌지만 전쟁을 놓고 나뉘어진 국론, 이슬람 지역과의 갈등 고조, 일상에 자리잡은 테러 공포감으로 곪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