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또 한바탕 감원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최근 금융시장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는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대기업이 또다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구조조정 가운데 첫 조치는 아무래도 다운사이징(감량경영)이다. 노동부와 재계는 그 숫자를 2만명선으로 어림잡고 있다. 태풍으로 치면 초A급이다. 바야흐로 고용시장에 공황이 일고 있다.<본지 21일자 1면보도>통계청에 따르면 계절조정을 거친 지난 2·4분기 현재 실업자수는 49만6천명이다. 실업률로 따진다면 2.5%다. 연말께까지 가더라도 단순계산으로 본 실업률은 3%대 정도다. 미국을 제외, 유럽 등 선진국이 10%대가 넘는 높은 실업률임을 감안한다면 낙관해도 좋을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업율 추계방식은 잠재실업을 계산하지 않아 현실과 차이가 많다. 추계방식의 잘못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연말께는 잠재실업까지 포함, 실업자수는 2백만명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울한 소식이다.
대량실업사태는 올 초부터 산업현장 곳곳을 강타, 사회적으로 실업공포증후군(신드롬)이라는 신종 집단병도 유발시키고 있다. 실업공포의 와중에서는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대기업에서만도 무려 2만명에 달하는 인원을 내보낸다니 실업공황이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이럴 정도니 중소기업 사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반기의 대량실업은 문제가 많다. 대기업들은 이미 한차례의 군살빼기에서 생산직·사무직 할 것 없이 줄일 곳은 모두 줄였다. 이번의 다운사이징서는 고학력·고위직 간부가 대상일 수밖에 없다. 기업에 따라 사정은 다르지만 감원대상 임원들 수는 평균 10자리를 넘어간다. 이들이 다시 고용시장에 들어오기는 어렵다.
동서증권연구소는 12월 결산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 6월말 현재 1년간 2만2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히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금융업이 단연 많다. 여기에 또다시 2만명의 실업군을 더 한다는 것은 사회에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금까지 대기업의 부도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다. 기아사태만 하더라도 그렇다. 금융시장의 위기도 대란설로 번지자 부랴부랴 개입하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제는 나서야 할때다. 대량실업 사태를 막는 길은 기업의 부도사태에 적극 개입하는 길이다. 1만명의 실업자는 중무장한 1개사단의 병력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대량실업은 그만큼 사회적인 불안요인이라는 것이다. 기업들도 손쉬운 인원정리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방만한 경영·오너체제의 1인 경영방식도 반성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