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8년 만에 워크아웃을 다시 신청하게 됐지만 앞날은 '산 넘어 산'이다. 일단 워크아웃 자체를 채권단이 쉽게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다. 이미 채권단과 이전 대주주였던 캠코는 워크아웃 여부를 두고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채권단은 캠코에 전 최대주주로서 부실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며 7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출자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캠코는 더 이상의 책임을 질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일부 채권단도 쌍용건설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워크아웃을 통한 유동성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진통은 있겠지만 워크아웃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건전성도 평가 받는 등 자세한 실사가 필요하겠지만 역량이 있는 만큼 채권단이 쌍용건설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워크아웃 이후 쌍용건설의 매각작업에 오히려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쌍용건설은 지난 2007년부터 6차례의 매각작업을 진행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쌍용건설의 유동성 위기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매각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물론 여기에는 채권단이 단기 유동성 공급과 함께 자본잠식을 해결할 수 있는 출자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자전환 규모를 1,500억~2,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쌍용건설 역시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인수합병(M&A)형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일반적인 워크아웃은 3~5년 정도 걸리지만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하면 인수자만 나타날 경우 바로 워크아웃을 종료할 수 있다"며 "채권단과 쌍용건설ㆍ인수자 모두에 이득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결국 채권단이 출자전환과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 방식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건설사와 달리 쌍용건설은 채권단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보유자산이 많지 않다"며 "해외건설 부문에서는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건설사인 만큼 결국 회사 매각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경영권을 쥐고 있는 김석준 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쌍용건설의 해외사업에서 김 회장의 비중은 누구보다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잇달아 신규 수주에 성공한 적도기니의 경우 김 회장의 인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김 회장의 퇴진을 거론했던 캠코 역시 한 발 물러난데다 경영정상화의 핵심인 해외건설 부문에서의 김 회장의 역할을 알고 있는 채권단 역시 김 회장을 쉽게 버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