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정제시설 10배 비용 불구 정유사 미래 결정할 핵심 설비 국내업계 고도화 비율 21%로 美·伊·멕시코등의 절반도 안돼
입력 2007.11.28 17:11:18수정
2007.11.28 17:11:18
요즘 SK에너지 울산공업단지에서는 회사의 미래수익을 책임질 대역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바로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제3기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시설ㆍFCC) 공사다.
서재풍 뉴FCC팀 부장은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자 세계 각국에서 고도화설비를 앞다퉈 짓고 있다”면서 “공기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도화설비란 원유를 정제하면서 50% 이상 나오는 벙커C유를 다시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등으로 바꾸는 장치다. 부가가치가 워낙 높아 ‘지상 유전’으로 불릴 정도다.
요즘 정유업계의 최대 화두는 고도화설비 신ㆍ증설에 맞춰져 있다.
정유사들은 고유가 파고를 극복하고 생산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도화설비 확충에 뛰어들고 있다. 때문에 고도화설비는 일반 정제시설에 비해 10배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정유사의 미래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설비로 각광받는다.
서 부장은 “리액터 등 일부 핵심 부품의 경우 주문이 밀려 발주 후 2~3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면서 “고도화설비 완공에 1조9,6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지만 5년만 지나면 투자비를 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도화설비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소를 이용하는 수첨분해(HOUㆍ하이드로크래커) 방식이고 또 하나는 촉매를 이용하는 접촉분해(RFCC 또는 FCC) 방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고도화설비 투자 적기”라면서 “이미 경질유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데다 한국의 경우 막대한 수요처인 중국 등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 같은 수요 확대에 맞춰 수년 전부터 고도화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 평균 고도화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21.8% 수준에 머물러 미국(76.3%), 이탈리아(59.2%), 멕시코(54.2%) 등에 한참 뒤져 있다.
국내에서는 S-OIL의 고도화비율이 25.5%로 가장 높아 최고의 정제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GS칼텍스가 지난달 두번째 고도화설비를 완공해 비율을 20%선으로 끌어올렸다. 현대오일뱅크는 13.7% 정도의 고도화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효율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12%의 고도화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SK에너지는 울산 및 인천공장의 설비가 완공되면 고도화비율이 19.3%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고도화비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큼 국내 정유사가 살아남자면 지상유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국가 에너지정책 차원에서 민간에 과감한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도화설비 한 곳에서만 벌어들이는 돈이 하루 20억원에 달한다”며 “정부가 고도화비율이 낮은 민간 정유사에 투자해 고도화설비를 지어준 뒤 이익을 나눠 갖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