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으로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ㆍLGㆍSK 등은 고유가로 에너지 및 원자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원가절감과 경영혁신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유가가 더 오를 경우에 대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으며 투자 등 사업계획을 전면 재조정할 방침이다.
◇허리띠 더 졸라맨다= 삼성은 올해 유가가 최악의 경우 배럴당 40달러(두바이유 기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사업 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에 일단 원가절감 등 비용절감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코닝의 경우 최근 에너지 절감 전담팀을 구성, 실내온도 18~20도 유지 등을 통해 연간 50억원을 절감키로 했다.
LG도 계열사별로 대책을 마련,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올해 에너지 관련 비용을 지난해 수준인 약 2,000억원으로 동결키로 하고
▲폐열 회수
▲에너지 다소비 공정개선
▲신제조 공법도입
▲공정파괴 등의 경영 혁신활동을 펴고 있다.
LG전자도 오는 2005년까지 전사 임직원의 80% 이상을 6시그마 벨트로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경영혁신 활동인 `6시그마 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LG카드는 모든 물품구매를 온라인환경에서 통합 관리하는 `구매비딩 시스템`을 개설, 연간 150억원의 소모성 경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경영 계획 수정 움직임=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재의 고유가가 지난해 말 사업계획 작성 때 예상했던 수준이어서 아직 투자 및 사업 계획을 조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유가가 더 올라갈 경우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반도체ㆍLCD 등 대규모 투자는 예정대로 실시하지만 소규모 및 경상적 투자는 시기와 상황을 살피며 신축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SK도 최근 경영경제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각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생존전략 차원에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올 유가가 전망치(배럴당 30달러)보다 오를 경우 일부 계열사별로 사업 계획을 다시 손질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유가가 전망치(25.4 달러)를 크게 웃돌 경우 공격적인 사업 계획을 재조정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도 유가가 30달러 이상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경영계획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고유가, 저환율 등에도 불구, 당장은 사업계획을 바꾸지 않겠지만 현재의 경영 환경이 지속되면 투자에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경영체제 가동= 전체 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15%에 달하는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체의 경우 전시 비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대한항공의 경우 배럴당 평균 가격이 1달러 오르면 연간 25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라크전으로 인한 고유가에 대비, 연간 소요량(2,400만배럴)의 30%까지 헤지 거래량으로 확보하는 한편 인천공항 부근의 율도기지에 한달분(85만배럴)의 기름을 비축해 두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이 터지면 주 2회 운항하는 인천~카이로(두바이 경유) 노선의 운행을 중단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연간 소요량의 40%를 헤지거래 분으로 확보하는 등 전쟁에 대비한 `위험관리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LG정유 등 정유사들도 국제 석유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중남미ㆍ동남아ㆍ아프리카 등으로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성진기자, 최형욱기자 hnsj@sed.co.kr>